지난 2일(현지 시각) 영국 정부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을 승인했습니다. 이 백신은 최종 임상 3상 시험에서 95%의 예방 효능을 보였습니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 역시 지난달 30일 미국식품의약국(FDA)에 94.1%의 효능을 보인 코로나 백신의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전 세계가 백신 개발에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는 특히 두 회사의 코로나 백신을 반기고 있습니다. 이들이 처음 성공한 ‘메신저RNA(mRNA) 백신’이란 것이 코로나뿐 아니라 여러 감염병, 그리고 암까지 극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술 전문 매체 CNET은 “모더나 등의 mRNA 백신은 코로나를 끝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백신 자체를 영원히 변화시킬 것이다”라고 전망했습니다. 코로나에 너무 집중하느라 더 큰 그림을 놓친 건 아닐까요? Mint가 7문답으로 풀었습니다.

Q1.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은 다른 백신과 뭐가 다른가요?

“바이러스가 몸에 침입하면 면역 단백질인 항체가 달라붙어서 다른 세포로 바이러스가 번지지 못하게 합니다. 항체는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 붙잡은 바이러스를 공격하게도 하고요. 하지만 새로운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그 정체를 당장 파악하지 못해서, 항체가 바로 분비되지는 않습니다. 면역 체계가 주춤하는 사이 바이러스가 모든 세포로 걷잡을 수 없이 퍼질 위험이 있다는 뜻입니다. 백신은 인체가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를 약하게 경험하도록 해서 면역력을 얻도록 합니다. 군사 훈련을 통해 적군과 싸울 전략을 미리 습득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중에 진짜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주춤하지 않고, 즉시 항체가 분비되도록 준비를 시키는 겁니다. 코로나 백신의 경우 면역 체계의 ‘군사 훈련'에 쓸 가상 적군에 따라 종류가 나뉩니다. ①바이러스 자체를 좀 약하게 만들어서 쓰거나 ②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만 잘라서 쓰거나 ③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이용하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①에서 ③으로 갈수록 진짜 바이러스와 멀어지기 때문에 몸에는 보다 안전하지만, 그만큼 만들기가 더 어렵습니다. 모더나·화이자 백신은 셋째 방식, 그중에서도 ‘mRNA 방식'이라는 걸 쓰는 백신입니다.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인 독일 큐어백도 mRNA 방식을 씁니다.”

Q2. mRNA라는 건 뭔가요.

“RNA는 우리 몸이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한 매뉴얼을 담은 아주 특수한 조직입니다. DNA가 한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를 모두 담은 ‘종합 설명서'라면 RNA는 그 설명서를 가지고 실제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장 작업팀‘이라고 보면 됩니다. 세포핵에 있는 DNA에서 특정 부분을 복사해 RNA로 만듭니다. 이 RNA가 핵 밖의 세포 소기관에 유전정보를 전달하고 단백질을 만들게 합니다. 유전정보를 전달한 RNA는 금방 분해돼 사라집니다. 과학자들은 RNA가 유전정보를 전달한다고 전달자(messenger)라는 이름을 붙여 mRNA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미국 대형 제약사 모더나와 모더나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 백신/로이터 연합뉴스

Q3. mRNA로 만든 백신은 어떻게 작동하나요.

“mRNA라는 ‘현장 매뉴얼'을 잘 활용하면 우리 몸에서 원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요. 모더나·화이자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달라붙을 때 쓰는 돌기(스파이크)를 만들게 지시하는 mRNA로 만들었습니다. 백신을 몸에 넣으면 mRNA의 유전정보대로 세포 소기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돌기를 만들어냅니다. 이 돌기는 실제 바이러스가 아니어서 무해하지만, 우리 몸은 이를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할 ‘훈련(면역반응)’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훈련을 하면 나중에 진짜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바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바이러스 등을 쓰는 백신에 비해 만들기가 매우 쉽다는 겁니다. 바이러스나 그 단백질 같은 생체 물질은 배양 과정이 매우 복잡하지만, RNA는 화학 합성이 쉬워서 실험실·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특정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알아내면, 컴퓨터로 원하는 mRNA의 조합을 설계하고 여느 화학 물질처럼 만들면 되는 거죠.”

Q4. 이렇게 좋은데 왜 이제야 나왔나요.

“199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생쥐 실험을 통해 세포에 RNA를 주입하면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단백질이 생산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론적으로 감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만 알면 바로 그에 맞는 mRNA를 합성해 인체에서 면역반응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단점이 있습니다. RNA 백신은 몸 안에서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잘못하면 단백질을 만들기 전에 분해돼버리기 십상이란 점입니다. 이런 문제는 RNA 합성과 변형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 많이 해결됐습니다. 특히 지방 나노 입자로 mRNA를 감싸는 기술이 개발된 덕분에 mRNA가 체내에서 오래 유지될 수 있게 된 점도 mRNA 백신의 탄생을 이끈 요인입니다. 그럼에도 mRNA는 여전히 불안정한 물질이어서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합니다. 모더나는 지방 나노 입자 기술을 발전시켜 보관 온도를 영상 2~8도까지 올렸습니다.”

Q5. 화이자는 그렇다 치고, 모더나는 스타트업이라던데 어떻게 이런 성과를 거뒀나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하려면 보통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mRNA 백신은 면역 반응을 유도할 바이러스의 단백질만 알면 컴퓨터로 해당 유전자를 설계하고 실험실에서 쉽게 합성할 수 있습니다. 모더나는 미국 하버드 의대의 줄기세포 연구자가 10년 전 세운 회사입니다. 처음엔 인체에 RNA를 주입해 치료용 줄기세포를 만들려 했지만 2014년 백신 개발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아직까지 발생한 매출은 없고, 계속 연구·개발만 해오다가 이번에 ‘대박’을 냈습니다. RNA 합성과 변형에 대한 노하우를 10년 동안 확보한 덕분에 중국 연구진이 지난 1월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정보를 공개하자마자 바로 백신이 될 mRNA를 합성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로 mRNA 설계도를 만들기까지는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처음부터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 미국 정부(’워프 스피드 작전') 등으로부터 대규모 연구비를 지원받은 점도 임상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인류는 점점 똑똑해지는 바이러스에 맞서, 더 빠른 속도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Q6. mRNA 방식은 앞으로 백신의 세계를 어떻게 바꿀까요.

“mRNA 백신의 가장 큰 장점은 컴퓨터로 ‘맞춤형 설계’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뿐 아니라 어떤 병원체라도, 유전자 분석만 마치면 백신을 빠른 속도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광견병이나 독감, 지카 바이러스 등에 대한 mRNA 백신 개발 시도도 있었습니다. 아직 임상을 통과하진 못했지만요. 모더나 측은 mRNA 백신이 미래엔 암과 싸우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7. 암을 백신으로 치료할 수 있나요.

“암세포는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이어서, 인간의 면역체계가 이 세포를 알아서 공격해 물리치기도 합니다. 면역을 유도하는 방식의 전립선암과 피부암에 대한 치료용 백신은 이미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지요. 문제는 이 백신들이 어떤 사람에겐 듣고 다른 사람에겐 듣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름이 같은 암이더라도, 실제 암 세포를 들여다보면 구조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모더나는 mRNA 백신을 활용하면 이런 단점을 보완해 환자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백신'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환자의 암세포 유전자를 분석하고, 이 중 개인차를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찾아냅니다. 이 유전자의 mRNA를 컴퓨터로 설계해 백신으로 만든 후 몸에 주입하면 해당 환자에서만 강력한 면역반응이 유도된다는 것이 모더나의 주장입니다.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공격해 없앨 수 있다는 거죠. 암세포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기 용이한 유전자를 어떻게 골라내느냐가 관건이겠죠. 모더나는 빅데이터와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이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 중이라고 하면서, 이 정보는 원천 기술이어서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아직은 임상 시험 중인 이 백신이 만약 성공한다면, 암 백신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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