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위 사진)은 지름 305m의 금속제 반사경 위로 거대한 철제 구조물들이 서 있는 형태였다. 하지만 지난 1일(현지 시각) 케이블이 끊어지면서 900톤 철제 구조물이 반사경으로 떨어져 붕괴했다(아래). /SETI·AFP연합

57년간 천문학자들의 눈이 된 아레시보 천문대가 수명을 다했다. 1963년에 완공된 아레시보 천문대 전파망원경은 2016년 지름 500m인 중국의 전파망원경이 등장하기까지 세계 최대였다. 전파 천문학자들에게 핵심 과학 장비였을 뿐 아니라, 007시리즈 ‘골든 아이’와 조디 포스터가 주연한 ‘콘택트’ 같은 영화에 등장해 대중적 인기도 얻었다.

미국 국립연구재단(NSF)은 지난 1일 오전 7시 55분(현지 시각)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900t의 철제 구조물이 137m 아래에 있는 거대한 반사 접시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은 지름 305m의 접시 모양 반사판 위에 137m 높이로 구조물이 달린 형태였다. 지난달 19일 NSF는 망원경의 케이블이 파괴되면서 붕괴 위험에 처하자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센트럴 플로리다대의 라몬 루고 플로리다 우주연구소장은 “많은 사람이 이 시설을 복원하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정말 힘든 아침이다”고 말했다. 26년 동안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일했고 지금도 인근에 거주하는 조너선 프리드먼 박사는 AP통신에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직감했다”며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깊고 처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아레시보 천문대는 지난 8월과 11월 주반사경을 지탱하던 철제 케이블이 잇따라 끊어지고, 305m 크기의 접시 안테나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아레시보 천문대의 전파망원경은 지구 대기의 상층부인 이온층을 연구하기 위해 건설됐다. 하지만 곧 모든 전파천문학 연구에 쓰이는 시설이 됐다. 전파천문학은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하는 연구 분야이다. 아레시보 천문대는 그동안 관측을 통해 중성자별에 대한 확실한 증거를 제공했다. 또 MIT 과학자들의 이중 펄서 관측에도 기여해 1993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기기도 했다. 1992년에는 우리 은하 밖에서 별 주위를 공전하는 외계행성을 처음 포착하기도 했다. 또 우주 어느 곳에서 지적 생명체가 보낸 신호를 포착하고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을 추적하는 임무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