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여성이 분비하는 모유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Pixabay

모유(母乳)가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아기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산모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오히려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산모는 모유를 통해 바이러스를 막는 항체를 아기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레베카 파월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코로나에 걸렸다가 회복된 산모 15명에게서 채집한 모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반면 모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RNA는 나오지 않아, 코로나 완치 산모가 안심하고 아기에게 수유할 수 있는 증거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바이러스 스파이크에 결합하는 모유 항체

모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가 발견된 것은 어머니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아기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의 분만 역학 연구자인 크리스티나 챔버스 교수는 과학전문지 ‘더 사이언티스트'에 “이제 코로나 대유행기에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월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사람 모유의 면역 능력을 연구했다. 올 초 계절 독감 백신이 모유의 면역 반응을 어떻게 유발하는지 분석하고 있다가 뉴욕시에 코로나가 대유행하자 바로 모유의 코로나 바이러스 면역 반응 연구로 전환했다.

파월 교수 연구진은 지난 4월 초까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여성 8명과 검사를 하지 않았지만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여성 7명에게서 모유 시료를 채취했다. 15명은 모두 당시 수유를 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 시료를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 산모들로부터 채취한 모유와 비교했다. 먼저 효소결합면역흡착검사(ELISA)로 면역글로불린A(IgA)라는 항체가 있는지 검사했다.

항체는 바이러스에 먼저 결합해 인체 세포 감염을 차단한다. 이후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와 바이러스를 공격하도록 한다. 그 중 IgA는 Y자 모양의 면역단백질인 항체 IgG가 두 개가 연결된 형태다. 참고로 IgM은 IgG 다섯 개가 별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다.

코로나 완치 산모의 모유 시료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하는 항체를 갖고 있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 시료에도 항체가 있었지만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결합하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모유의 항체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있는 수용체 결합 도메인(RBD)에 결합하는지 검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파이크를 숙주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 단백질에 결합시켜 내부로 침투한다. 이때 스파이크의 RBD가 ACE2와 결합한다. 연구진은 코로나 완치 여성 15명 중 12명에서 면역글로불린(IgA)과 RBD의 결합 반응을 확인했다. 일부 시료에서는 IgG나 IgM처럼 바이러스와 결합하는 다른 항체도 발견됐다. 코로나 완치 산모의 모유에 있는 항체는 IgA와 IgG가 가장 많았다.

다양한 항체들. 코로나 완치 산모가 분비하는 모유에는 IgA, IgG, IgM 등의 항체가 들어있다. 이중 가장 많은 IgA(두번째)는 분비 성분(보라색)이라는 단백질의 보호를 받아 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브리태니커

◇코로나 막으려면 모유 수유 권장해야

이번 결과는 지난 9월 애머스트 매사추세츠 주립대 식품과학과의 베로니크 데메르-마티외 교수가 국제 학술지 ‘출산의료학 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매사추세츠대 연구진은 코로나 대유행기에 채집한 모유 시료 대부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구성하는 S1과 S2에 결합하는 IgA와 IgG, IgM 항체가 대량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검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은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신 모유 시료를 제공한 여성들에게 대한 일반적인 의료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에 걸렸던 적이 있는 여성은 그런 증상이 없는 여성보다 모유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S1, S2 단백질에 결합하는 IgG 항체가 더 많았다. 또 올해 채집한 모유 시료는 코로나 대유행이 일어나기 전인 2018년에 채취한 모유보다 IgG 수치가 높았다.

지난 9월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인 2017년 채집한 모유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다양한 생물 세포에 투여하자 바이러스가 대부분 죽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동물의 신장 세포부터 젊은 사람의 폐와 내장 세포까지 다양한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모유가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과 흡착을 막았으며, 심지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것을 막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우유와 염소젖도 바이러스를 약 70% 막아냈으나, 사람의 모유는 거의 100%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막아냈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면서 모유 수유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산모가 모유를 먹인 신생아는 코로나 바이러스 보균자로 의심해야 한다고 봤다. 코로나가 처음 발병한 중국 우한에서는 산모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으면 아기와 떼어 놓았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UC샌디에이고의 챔버스 교수는 더 사이언티스트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어머니가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긴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챔버스 교수 연구진은 모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가 검출된 사례는 더러 있었지만 그 경우에도 살아있는 바이러스는 없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6월 코로나 대유행에도 모유 수유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당시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산모가 코로나에 감염돼도 모유 수유에 따른 혜택이 더 크다”며 수유를 계속하라고 당부했다.

코로나 항체 치료제의 원리. 완치자의 혈액 액체 성분(혈장)에 들어있는 항체나, 세포배양 방식으로 대량생산한 항체 의약품은 인체에 들어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결합한다. 이로 인해 더 이상의 세포 감염이 일어나지 않으며, 항체와 결합한 바이러스는 다른 면역세포에 의해 파괴된다.

◇혈액 항체보다 치료제로 장점 더 많아

모유의 항체는 아기를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주는 것 외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모유에서 추출한 항체는 현재 코로나 환자에게 하는 기존 혈장 치료와 다르게 코로나 치료에도 쓸 수 있다.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대의 레베카 파월 교수는 “모유의 항체는 바이러스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든 안 하든 분비형 항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모유로 항체를 분비하는 백혈구인 B세포는 산모의 소장에 있는 점막 면역계에서 유래한다. B세포는 혈액을 통해 유방의 유선(젖샘)으로 이동해 IgA 항체를 분비한다. 이 항체는 운반 단백질을 통해 유방 조직에서 우유로 옮겨진다. 이때 운반 단백질 일부가 항체에 그대로 남는다. 바로 분비 성분으로, 항체를 둘러싸 아기의 입이나 장에서 분해되는 것을 막는다.

파월 교수는 “분비형 항체는 모유 뿐 아니라 침이나 다른 점막 분비에서도 나타난다”며 “이런 항체는 모유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혈액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모유 항체는 이런 차이점 덕분에 혈액에 있는 항체보다 치료제로 더 우수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혈장에서 분리해 코로나 환자에게 투여하는 IgG 항체는 온 몸을 돌아다녀 꼭 필요한 곳에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 모유의 IgA 같은 분비형 항체는 따로 추출해서 코로나 환자의 호흡기에 바로 흡입시킬 수 있다. 항체가 분비 성분의 보호를 받는 덕분에 호흡기 점막에서도 살아남아 바이러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파월 교수 연구진은 혈액에서 추출한 항체는 인체에서 수 개월 정도 유지되지만, 모유의 분비형 항체는 그보다 더 오래 간다고 밝혔다. 파월 교수는 “모유에서 나왔다고 꺼리는 생각만 극복하면 내 생각엔 모유 항체의 잠재력이 엄청 크다”고 말했다.

※출처

https://www.the-scientist.com/news-opinion/breastmilk-harbors-antibodies-to-sars-cov-2-68162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589004220309329

https://www.nature.com/articles/s41372-020-00805-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