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은 에너지 발생기관인 미토콘드리아(보라색)가 많아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고 많이 소비한다./위키미디어

유전자가위로 비만을 일으키는 나쁜 지방을 에너지를 소비하는 착한 지방으로 바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효과가 인간에도 적용된다면 맞춤형 비만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 13일 논문 사전 출판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일반 백색 지방을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꿔 몸 안에서 이전보다 더 많이 에너지를 소비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해 비만으로 나타나는 백색 지방이다. 이와 달리 베이지색 지방이나 갈색 지방은 몸에서 열을 발생해 에너지를 소모하는 발전소 역할을 하는 지방이다.

◇백색지방을 베이지색지방으로 변신시켜

베이지나 갈색 지방이 열을 많이 발생하는 것은 생체 에너지 발생기관인 미토콘드리아 백색 지방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인체는 베이지와 갈색 지방을 소량 갖고 있지만 인체가 추위에 오랫동안 노출됐을 때만 작동한다.

매사추세츠대 의대의 실비아 코베라 교수는 앞서 연구에서 베이지색 지방을 실험용 생쥐에게 이식하고 고지방 사료를 먹이면 이전보다 혈당 조절이 더 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 대학의 마이클 체크 교수 연구진은 백색 지방도 NRIP1이라는 유전자 기능을 차단하면 베이지색 지방으로 바뀔 수 있음을 입증했다.

갈색 지방(왼쪽)과 베이지색 지방(가운데), 백색 지방(오른쪽). 번데기 모양은 에너지 발생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이고 노란색이 지방이다. 파란색은 세포핵이다. 백색 지방은 에너지를 축적해 비만을 일으키지만, 갈색 지방과 베이지색 지방은 에너지 발생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많아 오히려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biologydictionary.net

두 연구진은 이번에 이전 연구 성과를 하나로 합쳤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나중에 사람의 지방 세포가 될 전구 세포에서 NRIP1 유전자 기능을 차단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로, 손상된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복구하거나 질병 유전자 기능을 차단하는 데 쓰인다. 올해 노벨 화학상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개발한 과학자 2명에게 돌아갔다.

연구진은 NRIP1 유전자가 차단된 사람 지방 전구 세포를 배양했다. 이 세포는 나중에 베이지색 지방으로 자랐다. 연구진은 사람 베이지색 지방을 생쥐에게 이식했다. 실험실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였더니 사람 베이지색 지방을 이식 받은 생쥐는 다른 생쥐보다 몸무게가 절반에 그쳤다. 베이지색 지방을 이식 받은 생쥐는 혈당 조절 능력도 정상이었다. 다른 생쥐는 당뇨 환자처럼 혈당 조절에 문제를 보였다.

◇"환자 맞춤형 비만 치료 가능해질 것"

이번 성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환자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비만 환자가 자신의 백색 지방을 몸 밖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베이지색이나 갈색 지방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뀐 지방을 환자에게 이식하면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능력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거부반응도 없다.

연구진은 사람 지방 세포가 될 전구 세포가 1g만 있으면 맞춤형 치료를 하는 데 충분하다고 추산했다. 앞으로 사람과 유사한 영장류에서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면 사람 대상 임상 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