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의 모형도. 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붉은색) 단백질을 인체 세포에 결합시키고 안으로 침투한다. 영국 과학자들이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새로운 표면 단백질을 찾아내 치료제 개발의 전기를 마련했다./CDC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하는 또 다른 경로가 밝혀졌다. 이를 차단하면 바이러스 감염도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 생명과학과의 피터 컬렌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난 2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코로나 바이러스(SARS-CoV-2)가 더 잘 감염되고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도 잘 전염되도록 촉발하는 인체 수용체 단백질을 찾았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돌기, 뉴로필린-1과도 결합

연구진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이지만 감기를 유발하는 다른 종들은 그리 심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데 유독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치명적인지 알아내려고 노력했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또 호흡기 뿐 아니라 뇌와 심장 같은 다른 장기에도 빠르게 감염되는 특징도 갖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위)는 스파이크 단백질(녹색)을 인체 세포의 표면 단백질과 결합시키고 안으로 침투한다. 지금까지는 스파이크가 ACE-2(붉은색)와 결합하는 것만 알려졌는데 이번에 뉴로필린-1(노란색)과도 결합하면서 감염력이 강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영 브리스톨대

문제 해결의 단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돌기(스파이크)에서 찾았다. 컬렌 교수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하기 위해 지금껏 알려진 ACE-2 단백질 외에 ‘뉴로필린(neuropilin)-1’이라는 또 다른 표면 단백질에도 결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파이크를 세포에 결합시키고 안으로 침투한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해독해보니 인체의 뉴로필린-1과 관계가 있는 부분들이 발견됐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감염될 때 스파이크 단백질과 뉴로필린-1이 관계가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가설은 단백질 구조와 성분 분석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끝 부분이 ACE-2 단백질과 결합하면서 동시에 측면이 뉴로필린-1과 결합했다.

◇二重 결합 통해 감염·전염력 모두 세져

뉴로필린-1 단백질과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마치 두 사람이 손을 잡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결합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단백질 구조 분석 결과 스파이크 단백질은 뉴로필린-1 단백질의 오목한 공간으로 결합했다.

연구진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 표면의 ACE-2와 뉴로필린-1과 모두 결합하면서 감염력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와 뉴로필린-1과의 결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인체 세포의 뉴로필린-1 단백질 차단 이전(왼쪽)과 이후(오른쪽) 비교 사진. 뉴로필린-1을 차단하면 세포 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녹색)이 많이 줄어들었다.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감소한 것이다./영 브리스톨대

실제로 세포 실험에서 면역단백질인 항체나 간섭 유전자, 또는 화학 약품을 투여해 뉴로필린-1의 기능을 차단했더니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감소했다. 세포 안에서 발견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단백질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세포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줄어들면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전염력도 떨어진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이 코로나 치료에 쓰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 치료제는 대부분 스파이크 단백질과 ACE-2 간의 결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구로 뉴로필린-1이 코로나 치료제의 새로운 공략 대상이 된 것이다.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코로나 대유행을 억제할 새로운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길을 찾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독일 뮌헨 공대와 핀란드 헬싱키대 연구진도 사이언스에 독자적으로 뉴로필린-1 단백질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포 감염과 다른 사람으로의 전염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감염될 때 기존에 얼려진 ACE-2 수용체 단백질과 함께 뉴로필린-1 단백질과도 결합해 감염력과 이후 타인으로의 전염력이 더 강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영 브리스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