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영국의 천체사진작가인 대미언 피치가 촬영한 화성, 어둡게 보이는 것은 현무암 지대이고, 남극의 흰 점은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은 곳이다./damianpeach.com

영국 BBC방송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영국의 천체사진작가인 대미언 피치가 찍은 화성 사진을 보도했다. 피치가 지난달 30일 촬영한 사진을 보면 북반구의 저지대 평원은 평평하게 보이고 남반구의 현무암 지대는 검게 보인다. 남극에는 이산화탄소가 얼어 있는 하얀 부분도 선명하게 보인다.

오는 수요일 밤 일반인들도 피치처럼 크고 밝은 화성을 볼 수 있다. 화성이 오는 14일 가장 밝아지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8시 20분(한국 시각) 태양과 지구, 화성이 정확하게 일직선이 되는 충(opposition)의 위치가 된다. 이러면 화성이 햇빛을 정면으로 반사한다. 달이 가장 발은 보름달도 지구를 가운데 두고 태양 반대편에 올 때인 것과 같다.

이태형 충북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장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화성으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보다 밝다”며 “해지고 바로 동쪽 하늘에 화성이 뜨며 자정 무렵 남쪽 하늘에 가장 높이 뜬다”고 말했다. 이날 달은 그믐에 가까워져 새벽 3시 넘어 뜬다. 천체망원경으로 보면 화성의 남북반구 차이를 알 수 있으며, 쌍안경으로도 다른 천체와 구분되는 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번 밝고 큰 화성은 2035년 관측 가능

화성은 약 2년에 한 번씩 지구를 가운데 두고 태양 반대편 위치로 온다. 화성이 태양을 한 바퀴 공전하는 데는 지구 시간으로 687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태양, 지구, 화성이 일직선이 되는 시간은 26개월마다 돌아온다.

올해 화성의 크기 변화. 지난 6일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와 최대 크기가 됐다. 가장 밝아지는 날은 태양과 지구, 화성이 일직선이 되는 14일이다./astralscopes.ca

이날 화성은 크기도 최대일 때와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올해 가장 크고 밝다고 볼 수 있다. 천체의 크기는 지구와의 거리에 반비례한다. 화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진 것은 지난 6일 밤으로 약 6200만㎞까지 근접했다. 지구에서 가장 멀어졌을 때 3억7000만㎞보다 6배 가까웠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이렇게 바뀌는 것은 두 행성이 타원 궤도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이다.

현재 화성의 겉보기 크기는 22.6초로 달의 80분의 1까지 커져 있다. 지구에서 본 천체의 겉보기 크기를 시지름이라고 하며 각도의 초 또는 분, 도로 잰다. 달은 대략 0.5도인 30분, 1800초의 시지름을 가진다.

이번만큼 큰 화성은 오는 2035년에 다시 볼 수 있다. 그때 화성의 겉보기 크기는 24.6초가 된다. 최근 가장 큰 화성은 지난 2003년 관측됐다. 그때 화성은 지구에 5600만㎞까지 다가와 겉보기가 25.1초로 관측됐다. 이는 6만년 이래 가장 근접한 거리였다.

태양-지구-화성이 일직선일 때 화성의 겉보기 시지름 비교. 단위 표시인 각초(″)는 3600분의 1도를 가리킨다. 올해보다 더 크게 보이는 화성을 보려면 15년을 기다려야 한다. /skyatnightmagazine.com

태양과 지구, 화성이 일직선이 되는 충은 2년 전에도 일어났다. 당시 지구와 화성 간 거리는 약 5800만㎞로 올해보다 가까웠다. 그만큼 시지름도 24.3초로 올해보다 컸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화성 관측은 올해가 더 낫다고 본다. 북반구에서 화성의 고도가 그때보다 높아 대기의 방해를 덜 받기 때문이다. 고도가 낮으면 대기 밀도가 높아져 천체에서 오는 빛이 더 많이 산란한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은 10월 한 달 동안 화성 관측회를 진행한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매회 참가자를 20명으로 제한한다.

◇미국과 중국, UAE 탐사선 화성으로 가는 중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 화성 탐사 최초로 분필 크기로 암석 시료를 채취한다./NASA

화성 탐사도 태양과 지구, 화성이 일직선이 되는 해에 맞춘다. 탐사선이 최단 경로로 화성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아랍어로 희망이란 뜻)은 지난 7월 20일, 중국의 텐원 탐사선은 7월 23일, 미국의 퍼시비어런스 탐사선은 7월 30일 각각 화성으로 발사됐다. 화성 도착은 모두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

아말 탐사선은 화성 궤도를 돌고, 중국 탐사선은 궤도선과 함께 로버(이동형 탐사로봇)도 운용한다. 미국은 퍼시비어런스 로버와 함께 지구 밖 천체에서는 처음으로 소형 헬리콥터인 인저뉴어티도 운용할 계획이다.

유럽과 러시아가 개발한 엑소마스 탐사선도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를 싣고 같이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마지막 점검 등 준비가 늦어져 2년 뒤로 발사가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