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택 보급률이 93.7%(2022년 기준)를 기록하며 최근 3년 연속 하락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보급률은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것으로, 100%가 되면 주택과 가구 수가 같다는 의미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면 주택 수요도 감소해, 주택 보급률은 올라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인구 감소에도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가구 수 증가 속도가 주택을 앞질러 주택 보급률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보통 3인 이상 가구를 위해 설계된 아파트 이외에 1인용 소형 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성규

◇서울 주택 보급률 13년 만에 최저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서울 주택 보급률은 93.7%로 전년(94.2%) 대비 0.5%포인트 낮아졌다. 2019년(96%) 이후 3년 연속 떨어져 2009년(93.1%) 이후 1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은 2009년을 기점으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입주가 늘어나면서 꾸준히 올랐다. 하지만 2017년 96.3%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2022년 하반기 이후 부동산 경기 하락이 겹치면서 주택 공급은 주춤하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서울 가구 수는 약 410만 가구인데, 주택 수는 약 384만호로 26만호가량 부족하다. 이번 통계에서 주택으로 간주하지 않는 일부 주거용 오피스텔까지 더하면 주택 보급률은 90%대 중후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주택이나 오피스텔에 거주하지 않는 가구들은 쪽방과 고시원, 숙박시설 등 비(非)주택에 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보급률은 떨어지는 추세다. 2022년 102.1%로 2019년(104.8%) 이후 3년 연속 하락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주택보급률이 100%보다 낮은 지역은 서울뿐이었지만, 차츰 늘고 있다. 2022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100% 이하인 곳은 경기(98.6%), 인천(97.9%), 대전(97.2%) 등 서울을 포함해 4곳이다. 반면 경북(113.2%), 전남(112.4%), 충북(111.6%), 충남(110.3%) 등은 주택 보급률이 110%를 넘겼다. 이 통계에는 농촌의 빈집도 주택 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주택 보급률은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22년 기준 전국 빈집은 145만1500호로 전체 주택(2224만호)의 6.5%에 달한다.

◇인구 감소에도 주택 보급률 줄어

주택 보급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1인 가구 급증이다. 서울 인구는 2015년 1002만명에서 2022년 943만명으로 5.9%(59만명)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가구 수는 378만 가구에서 410만 가구로 8.5%(32만 가구) 늘었다. 이 기간 서울에서만 1인 가구가 112만 가구에서 156만 가구로 39.3%(44만 가구)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 수는 378만호에서 384만호로 1.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인구가 줄면 집이 남아 집값도 내려갈 것”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대세 하락론’이 현실화되지 않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택의 수요는 ‘인구’가 아니라, 집에서 사는 단위인 ‘가구(家口)’”라며 “1~2인 가구 증가로 당분간 가구 수는 줄지 않고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주택 보급률 100% 달성을 넘어, 여분의 주택 재고까지 확보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심일수록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기존 주택이 철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수에 포함되는 ‘반지하 주택’ 등 주거 환경이 떨어지는 것까지 포함하면, 체감하는 주택 보급률은 더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2010년 이후 주택 보급률이 107~111%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일본도 1990년대 중반 이후 11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