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둔 지난달 22일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물류센터에 해외 직구 물품들이 쌓여 있다. 기사와 관련없는 사진./뉴시스

지역 주민과 갈등을 빚고 있는 물류센터는 다른 한편에선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에 시달리고 있다. 워낙 많이 짓다 보니, 창고를 채울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다.

12일 글로벌 부동산 자문사 존스랑라살(JLL) 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수도권 A급(연면적 1만평 이상) 물류센터 공실률은 13.1%로, 작년 동기(4.0%)와 비교해 1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물류센터 공급이 집중된 인천·김포·부천 등 서부 권역의 공실률은 20.1%에 달한다. 화성·평택·안성 등 수도권 남부 역시 18.7%의 높은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공실률은 치솟고 있지만, 물류센터 공급은 당분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 물류센터는 2018~2021년에는 연평균 70만평(약 231만㎡) 이 공급되는데 그쳤으나, 코로나 이후 쿠팡·컬리 등 온라인 배송업체가 급성장하면서 지난해에는 118만평(약 390만㎡)이 공급됐다. 올해 3분기까지 공급된 수도권 물류센터도 약 130만평(약 430만㎡)으로 이미 작년 한 해 공급량을 뛰어넘었다. 내년에도 수도권에 234만평(약 774만㎡)의 신규 공급이 예정돼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당시 신선식품 배송 경쟁이 불붙었을 때 집중적으로 지었던 냉장 물류센터의 공실이 특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공실을 채우기 위해 일정 기간 무상으로 임대하는 파격적인 혜택까지 내걸고 있지만,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매로 넘어가는 물류센터도 등장하고 있다. 올해 1월 인천 서구 원창동에 약 1만평(약 3만3000㎡) 규모로 준공된 한 냉장 물류센터는 입주사를 확보하지 못해 지난 10월 공매로 넘어갔다. 현재까지 네 차례 유찰되면서 1276억원이었던 최저 입찰가가 현재 837억원으로 내려앉았다.

물류센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조차 못하는 곳들도 많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2021~2022년 수도권 내 건축 인허가를 받은 전체 344개 물류센터 사업장 중 149개(43.3%)가 올해 3분기까지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