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슬로베니아 방폐장이 위치한 크르슈코 원전의 모습. 대우건설은 이 원전 인근에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신규로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 제공

대우건설이 국내 최고 수준의 원자력발전 경쟁력을 앞세워 동유럽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 최근 유럽은 신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기 요금이 급등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의 불확실성이라는 악재까지 만났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원자력 발전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신규 원자력 발전과 관련 분야에 대한 발주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시장 변화가 가져 온 기회를 노리며 대우건설은 동유럽 원전 분야 시장 진출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현재 입찰 진행 중인 체코·폴란드 상용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수력원자력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참여하고 있다. 특히 체코·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의 경우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던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소송도 해결되는 분위기다.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이 각하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코·폴란드 수주 가능성도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우건설의 동유럽 원전 시장 진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시공 주관사로 대한민국 원자력 경쟁력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후 재건을 준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도 한국 원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미 한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간에는 원전 협력에 관한 이야기가 오가는 중이다. 동유럽에서 원전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슬로베니아 방사성폐기물 사업 추진

이런 상황에서 대우건설은 슬로베니아에서 LILW(Low and Intermediate Level Radioactive Waste) 저장고 건설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슬로베니아 LILW 저장고 건설 사업은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신규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슬로베니아 크루슈코 원전 인근 부지에 얕은 동굴 처분 방식의 사일로 1기와 부대 시설을 시공하게 된다. 올해 6월 입찰 제안서(ITB)가 발급된 이 사업은 빠르면 올해 말 입찰을 진행해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대우건설은 이미 국내에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1단계 공사를 성공적으로 준공하고 2단계 사업을 시공하고 있으며, 3단계 사업에 대한 기본 설계도 진행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대우건설이 독보적인 설계 및 시공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대우건설은 이번 사업 진출을 통해 크루슈코 원전 2호기 수주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루마니아 원전 입찰도 추진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우건설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3, 4호기 신규 건설 사업에도 입찰 참여를 추진하며, 동유럽 원전 시장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다. 현재 가동 중인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2호기는 중수로형 원전으로 대우건설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수로형으로 시공한 월성원전과 동일 노형인 만큼 향후 입찰 시 기술 경쟁력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루마니아 정부는 SMR(소형모듈원전) 건설도 추진 중에 있는 만큼 대우건설은 루마니아 시장을 적극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또 선제적으로 투자해온 SMR 사업 역시 동유럽 시장 수요가 점차 확대될 전망에 따라 국내외 공동 사업 개발 파트너와 제휴를 추진 중에 있다. 주요 진출 예상국은 폴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등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각국의 공급망을 확보하고, 폴란드 지사를 개설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수원을 중심으로 동유럽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나라 원자력발전 분야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대우건설은 원자력 전 분야에 걸친 독보적인 실적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유럽 시장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