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계기로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리비아에서 대규모 수주 및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139개 민간기업이 참가한 중동 경제사절단에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국내 건설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사우디 기관·기업과 주택·플랜트 건설은 물론 소형모듈원전(SMR), 수처리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아직 협약 단계이지만 총사업비 1조달러(약 1300조원)에 달하는 미래 도시 네옴(Neom) 사업 참여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중동에서 우리 기업이 꾸준히 수주해온 석유화학 플랜트뿐만 아니라 SMR과 같은 친환경 사업으로도 발을 넓힌 것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진영

고금리와 원자재값 폭등으로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이 다양한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무기로 중동을 비롯한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누적 해외건설 수주액은 235억달러(약 31조6944억원)로, 동기 기준으로 2015년(345억달러) 이후 가장 많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동 각국 정부가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친환경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어서 친환경 사업에서 역량과 경험을 갖춘 국내 건설사들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래 에너지원 SMR 시장 잡아라

최근 국내 건설사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신사업 분야는 SMR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인 SMR은 전기 출력 300MW(메가와트) 이하의 원전을 뜻한다. 발전용량이 크지 않은 데다,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현장에서 조립, 건설할 수 있는 만큼 대형 원자로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적은 비용으로 건설할 수 있다. 특히 바다에서 대규모 냉각수를 끌어올 필요가 없어 대형 원자로에 비해 입지 선정이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은 세계 SMR 시장이 2035년까지 최대 63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에 2000만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결정했다. 엑스에너지는 4세대 SMR 분야 선두 기업으로 미국 정부의 자금을 지원받아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엑스에너지와 SMR 플랜트 사업을 개발하는 동시에 이와 접목한 수소 밸류 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지난 22일 사우디 해수담수청과 담수화 플랜트에 SMR을 적용해 전력을 공급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우건설도 차세대 SMR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동유럽 시장 수요를 노리고 국내외 공동 사업개발 파트너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에스토니아, 체코 등이 주요 진출 예상국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2년간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고, 현대건설도 미국 원자력 기업 홀텍인터내셔널과 SMR 개발 협약을 맺었다.

◇해상풍력·폐배터리 등 다양한 신사업 진출

해상풍력 인프라 구축 사업 역시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해상풍력 누적 설치 용량은 2030년 228GW(기가와트)에서 2050년 1000GW로 확대될 전망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해상풍력발전 분야의 글로벌 선두 기업인 노르웨이 에퀴노르사와 협력을 바탕으로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사업인 ‘울산 반딧불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대건설은 국내 유일의 해상풍력 전용 설치선 ‘현대프론티어호’를 투입해 제주 한림읍 앞바다에 ‘한림 해상풍력 발전소’를 짓고 있다.

자원 재활용 분야에서도 건설사들의 활발한 사업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어센드엘리먼츠와 함께 미국 켄터키주에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는 중국 옌청에도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구축 중이다. 금호건설은 음식물 쓰레기나 분뇨 등을 처리하고 얻게 되는 바이오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재사용하는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