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파트는 빈 집을 찾기 어렵지만 단지 내 상가와 주변 상업시설은 텅텅 빈 곳이 수두룩합니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와 신도시, 심지어 서울에서도 빈 상가나 건물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죠. 이런 ‘유령 상가’를 방치하면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사회적으로 엄청난 공간 낭비를 초래합니다.”(이상훈 리프컴퍼니 대표)

전국 곳곳이 텅빈 상가와 상업용 건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위례, 인천 청라·송도 등 최근 개발한 수도권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선 예외 없이 유령 상가가 쏟아진다. 청라 커낼웨이, 위례 중앙광장 등지에서는 전체 상가의 70% 이상이 공실이다. 건물이 통째로 빈 경우도 부지기수다. 정을용 BTG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호황만 믿고 제대로 된 수요 예측 없이 무턱대고 건물을 짓거나 비싸게 상가를 분양했다가 결국 임차인을 찾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라는 대형 악재도 겹쳤다. 빈 상가와 건물을 보유한 건설사와 시행사, 수분양자, 건물주 모두 죽을 맛이다.

최근 경기도 김포시 운양동에 문을 연 국내 최초 베이커리형 그로서란트 매장인 '슬로마켓 김포점'. 베이커리카페와 식료품, 레스토랑이 결합한 매장으로 300여 평 규모다. 비어있는 중대형 상가와 건물을 채우고 손님을 끌어주는 이른바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하게 될 신개념 공간 기획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슬로

◇“앵커 테넌트 유치…빈 상가 살린다”

땅집고는 빈 상가와 건물에 매력있는 임차인을 유치해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 상권과 자영업자도 살리기 위한 공간기획·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손잡고 ‘땅집고 공간기획센터’를 만들고 지난 7일 출범식을 가졌다. 센터장은 이상훈 리프컴퍼니 대표가 맡는다. 이 센터에는 속칭 ‘공간의 마법사’로 불리는 상업공간 기획·브랜드 개발 노하우가 풍부한 파트너사들이 참여한다.

땅집고 공간기획센터는 공실이 많은 아파트 상가와 중대형 건물 소유주 의뢰를 받아 활성화 방안을 기획하고 임차인을 구해줄 계획이다. 특히 집객력이 뛰어난 앵커 테넌트(핵심 임차인·매장) 유치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 대표는 “인구가 많은 신도시나 택지지구는 경쟁력 있는 앵커 테넌트 1~2곳만 들어와도 상가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면서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상업공간 재생 모델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땅집고 공간기획센터는 ▲아파트·오피스텔 내 상가 MD·운영 대행 ▲도심 중대형 건물 내 상업 공간 기획·MD·운영 ▲주유소·골프장 등 유휴부지 개발 기획·운영 ▲도시 근교 토지를 활용한 베이커리카페와 F&B(식음료) 브랜딩 사업도 진행한다.

센터장을 맡은 이상훈 대표는 서울 용산과 경기도 광교·김포·수원 등지에서 ‘슬로’ 브랜드로 베이커리카페 6곳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로 수도권 일대 공실 많은 아파트 단지 내 상가와 중대형 건물에 100~300평 규모로 크게 입점해 앵커 테넌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김포한강신도시에 국내 최초 베이커리카페·식료품·레스토랑을 결합한 ‘베이커리형 그로서란트’인 ‘슬로마켓’(약 300평)을 선보였다.

이 대표는 “모든 상가를 살릴 수는 없겠지만 아파트 배후 수요가 받쳐주고 주차장만 충분하다면 가능성이 있다”며 “입지가 괜찮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선도적으로 입점해 전체 상가를 살리는 전략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상권 개발 성공 경험·노하우 풍부”

땅집고 공간기획센터에는 상권·브랜드 기획과 개발, 운영을 통해 성공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이 파트너로 합류했다. 서울 종로구의 낡은 한옥촌이던 익선동을 연간 420만명이 찾는 강북 최대 ‘핫 플레이스’로 만든 ‘익선다다’가 대표적. 박지현 익선다다 대표는 ‘익동다방’, ‘르블란서’ 같은 스몰브랜드 가게를 만들어 속칭 대박을 쳤다. 대전 소제동 철도 관사촌과 충남 논산, 전남 순천 등지에도 익선동과 비슷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켰다. 박 대표는 “20~30대 젊은층을 사로잡은 브랜드 30여개를 만들고 운영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이번 프로젝트에 최대한 접목시키겠다”고 했다.

스테이 개발과 운영 전문기업인 피치매니지먼트도 합류했다. 김태연 피치 대표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신라스테이’를 사실상 개발한 주역이다. 역삼·제주·마포·삼성·해운대 등 11곳에 신라스테이를 출점시켰다. MZ세대에게 SNS(소셜미디어) 핫플로 유명한 서울 용산의 복합문화공간 ‘사운즈한남’도 개발했다. 경기 파주의 베이커리카페 ‘더티트렁크’, ‘말똥도넛’ 등 70여개 브랜드를 개발해 주목받고 있는 김왕일 CIC 대표도 합류했다. 정을용 BTG컨설팅 대표는 부동산 중개·공간개발 컨설팅, 김종석 쿠움파트너스 대표는 상업공간 건축·시공 컨설팅 분야에서 각각 파트너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