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고암동 마을회관에서 북동쪽 산자락을 따라 2㎞쯤 이동하면 논밭 한가운데 461㎡(약 139평) 땅에 납작한 회색 돌을 불규칙하게 쌓아올려 지붕을 만든 주택이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ㄷ’자형으로 단층 건물 두 개가 하나의 지붕으로 이어져 있다. 이름은 ‘고라미 집’이다. 낮은 바위가 옆으로 누워있다는 뜻으로 제천 고암동 옛 명칭에서 따왔다. 지난해 2월 완공했다. 건축주는 이곳에 50여년 전 지은 농가 두 채를 사들여 리모델링했다. 한 채엔 건축주가 살고, 나머지 한 채는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한다.

이 집을 설계한 김영배 드로잉웍스 소장은 “리모델링은 건축비 면에서 신축보다 훨씬 유리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도 신축이 갖지 못하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고 했다. 김 소장은 오는 23일 땅집고가 개설하는 ‘사례와 현장 스터디로 배우는 건물 리모델링’ 과정 1기에서 강사로 나선다. 그는 “오래된 벽이나 구조, 자재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은 새 건물에서 살리기 힘든 아름다운 요소”라며 “그런 것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리모델링의 최대 장점”이라고 했다.

설계사무소 '드로잉웍스' 김영배 소장이 설계한 충북 제천시 고암동 리모델링 주택 '고라미 집'. 다 쓰러져가던 농가는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용 주택과 임대용 스테이 시설로 만들었다. /윤준환 작가

고라미 집은 원래 다 쓰러져 가는 농가였다. 나무를 얼기설기 쌓아 만든 집이었다. 천장은 시멘트와 흙벽, 두 겹으로 시공돼 기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외부 흙벽도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50년 넘은 세월로 삐뚤빼뚤하게 이어진 목구조와 울퉁불퉁한 흙벽의 질감에서 자아내는 분위기는 어떤 건축가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기존 집은 ‘기역(ㄱ)’자 본채와 ‘일(一)’자 행랑채로 이뤄졌다. 김 소장은 기존 천장 서까래를 유지하며 합판을 그 위에 얹은 뒤 단열재를 설치해 보강했고, 두 건물을 하나의 지붕으로 연결했다. 지붕 외부 마감재로는 돌 모양 천연 슬레이트를 활용했다. 뒷산 능선을 따라 겹겹이 쌓아 올려 지붕이 넘실대는 것처럼 보인다. 행랑채는 외부 시선을 차단하면서 게스트 하우스 역할도 한다. 전체 공사비는 3억원쯤 들었고, 게스트 하우스에선 별도 운영수익이 나온다. 김 소장은 “기존에 있던 낡은 건물 벽체와 선이 고라미 집의 매력를 살리는 핵심 포인트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