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설회사들은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친환경 등 ‘스마트 기술’을 앞세워 전통적인 건설 현장의 모습을 뒤바꿔 놓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작년 12월 현대건설의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김포~파주 구간 공사현장에 지름 14m, 길이 125m, 무게 3184t의 초대형 원통형 장비가 등장했다. 암반을 뚫는 회전식 터널 굴진기로 ‘두더지’라는 별명을 가진 국내 최대 ‘쉴드 TBM’이었다. 이 장비로 한강 밑을 지나는 국내 최초의 한강 하저터널을 뚫는다.

건설사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토목·주택·플랜트를 단순히 짓는 것에서 벗어나 IT·로봇·친환경 관련 ‘스마트 기술’을 통해 건설 현장의 모습을 바꾸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DL이앤씨는 인공지능(AI)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해 건설 현장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DL이앤씨 제공

DL이앤씨는 최신 IT기술을 앞세워 건설업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고 있다. 이미 2017년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분양 당시, 고객들이 미래의 주거 공간을 미리 경험하도록 하는 가상현실(VR) 서비스를 도입했다. 건설현장엔 ‘AI 현장관리 솔루션’도 적용했다.

대우건설은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 기술을 시공과정에서 활용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구조물에 지능형 CCTV와 진동센서, 화재감지 센서 등 각종 장비를 설치하고, 근로자엔 스마트태그를 부착해 상호 유기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포스코건설은 자율보행 로봇을 투입해 시공 과정에서의 안전과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제공

포스코건설은 ‘콘크리트 생애주기 스마트 품질관리’ 플랫폼을 개발해 콘크리트 타설 공사 전 과정을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 속도와 물량을 정확하게 조절해 원가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체 개발한 ‘HEB 시스템’을 통해 레미콘·철근 등 주요 자재의 물량을 손쉽게 산출하고 낭비 및 위험 요소를 사전에 인지해 제거하고 있다. 3D(입체) 뷰어로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화 건설부문은 서울역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공사현장에 3D 스캐너를 탑재한 로봇개(사족보행로봇)와AR(증강현실) 기술 등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했다. 로봇개에 3D 레이저 스캐너 장비를 탑재해 공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취합한다.

SK에코플랜트는 철근 대신 유색 페트병을 재활용한 ‘유리섬유 강화플라스틱’으로 보강근을 생산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제공

‘스마트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곳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세계 최초로 페트병을 원재료로 활용한 철근 대체물 GFRP 보강근 생산에 나섰다. 보강근을 철이 아닌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GFRP)으로 만든 것이다. 철근보다 2배나 단단하고,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하다.

롯데건설은 건설소재 전문기업 위드엠텍과 함께 시멘트를 5%만 사용하고 기존 강도를 가진 친환경 콘크리트를 개발했다. 콘크리트는 주원료인 시멘트 함량이 높을수록 강도가 뛰어나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도 많아 환경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단점을 해결한 것이다.

GS건설은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폐쇄식 육상 순환여과’ 방식의 연어 양식 시설을 착공하고 스마트 양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고도 수처리 기술과 ICT기술을 활용한 바이오 폐수 처리 노하우를 활용하는 것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 공동주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체 공정의 70~80%를 공장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안전사고를 줄일 수 있다.

한양은 스마트 기술을 넘어 스마트 도시 조성을 위한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공유차량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모빌리티를 중심에 두고 스마트 시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