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따른 부동산발(發) 경기 침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아파트 값이 매주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경신하는 가운데, 수년 사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영끌족’은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사라져 투자 목적이 아닌 정상적인 주택 매매 거래까지 ‘올스톱’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과감한 규제 완화를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역대급 거래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실거래 가격이 올해 최고 공시가격에 육박하거나 그 이하로 떨어진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전망이라 실거래 가격이 급락하면서 내년 공시가격이 하향 조정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7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급급매 안내문./연합뉴스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前週) 대비 0.52% 내렸다. 2012년 관련 통계 집계 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조사한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7.9로 2012년 8월 초(67.5) 이후 가장 낮았다. 아파트를 팔겠다는 사람은 넘치는데 사려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전국 아파트값 하락률(-0.5%)은 10주째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일 서울과 경기도 네 곳(과천·성남·하남·광명)만 남기고 규제 지역을 모두 해제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도는 최근 2주 사이 아파트값 주간 하락폭이 0.49%에서 0.61%로 커졌다. 인천 아파트 값은 지난주 0.83% 내려 전국 17시·도 중 하락률 1위였다.

주택 거래 침체는 비정상적인 수준이다. 서울시 집계로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1만359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3만9462건)보다 74%나 줄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하우스 푸어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 집을 장만한 무주택자는 103만명이다. 소득이 많지 않은 30세 미만 주택 보유자도 29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투매하거나 집이 대거 경매로 넘어가면 집값 폭락이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가계 대출 잔액은 1756조8000억원, 이 중 주택 담보대출 잔액은 1007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약 3조3000억원 늘어난다고 본다. 작년 8월 이후 기준금리가 2.75%포인트 오르는 동안 전체 가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6조원 이상 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