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소유자가 빚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집이 한 달 사이 4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를 갚기 어려워진 사람이 늘면서 은행 같은 채권자가 경매를 요청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4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임의경매 신청은 2648건으로 전월(1924건) 대비 37.6% 늘었다. 2020년 7월(2857건)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다 신청이다. 특히 서울에서 임의경매 신청이 500건이나 몰리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았다. 한 달 전(217건)의 배 이상으로 늘었다. 임의경매란 채권자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설정한 근저당권에 의해 경매를 신청하는 제도다. 경매를 통해 부동산을 처분한 돈으로 빚을 갚는 것이다.

최근 임의경매가 급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파른 대출 금리 인상으로 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부쩍 늘어난 영향”이라고 해석한다.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대출 원리금이 연체되면 은행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데, 작년 말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7%대까지 치솟으면서 원리금을 못 갚는 채무자가 늘었고, 경매 신청도 덩달아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택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경매에 부쳐지는 집이 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매수자 우위 분위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36.5%로 두 달 연속 30%대에 머물렀다.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17.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매에 나온 집 10곳 중 8곳 이상이 유찰됐다는 의미다.

금리 인상에 따른 주택 경기 침체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0.5% 하락하며 2012년 5월 통계 작성 이래 최대 낙폭을 또 갈아치웠다.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0.52%, 수도권은 0.61% 내렸다. 경기도 광명(-1.14%), 하남(-1.1%), 부천(-1.04%), 양주(-1.01%) 등은 주간 하락률이 1%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다.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 0.73%, 수도권 0.81%씩 내려 매매가격보다 하락 폭이 더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