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8월까지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2006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후 역대 가장 많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개월간 하락 폭이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인 2008년 연간 하락률보다 더 떨어졌다. 지난 정부 5년간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상황에서 작년 하반기 시작된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매수 수요가 실종되면서 집값이 속절없이 내리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중위가격(가격 순으로 줄 세웠을 때 가운데 값)은 2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커 집값 내림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파트 실거래가도 역대 최대 하락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는 5.16% 내렸다. 8개월 누적 기준으로 종전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2010년(-1.71%)의 3배에 달한다. 연간 기준으로도 실거래가가 가장 많이 내린 2008년 기록(-4.01%)을 올해 단 8개월 만에 뛰어넘었다. 최근 주택시장 경기가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아파트 실거래가 하락률이 가장 큰 곳은 세종(-16.1%)이었다. 이어 인천(-9.3%), 대구(-8.2%), 대전(-7.3%) 순으로 낙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도 8월까지 6.63% 하락하면서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아파트 값 약세가 이어지면 서울 아파트 연간 하락률이 종전 최고치였던 2012년(-7.31%)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올해 아파트 값이 가장 많이 내린 지역은 강북의 서민 밀집 주거지로 나타났다. 부동산원이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눠 실거래가 통계를 집계했는데, 노원·도봉·강북구 등이 포함된 동북권의 하락 폭(-9.19%)이 가장 컸다. 지난해 2030세대의 ‘영끌 매수’가 집중되며 중저가 아파트 값이 급등한 지역이다. 이어 은평·서대문·마포구가 속한 서북권(-6.48%)이 많이 내렸고, 동남권(-5.57%)·서남권(-4.73%)·도심권(-2.93%) 순이었다. 다만, 8월 한 달간 실거래가만 놓고 보면 서울 전체가 한 달 전보다 2.56% 내렸는데, 강남·서초·송파구 등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동남권(-3.16%)이 가장 많이 내렸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 종전 거래가나 주변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소수의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면서 실거래가지수가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거래가 지수는 부동산원이 표본 아파트의 적정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하는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제 거래된 아파트 값만 집계한 통계다.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아 객관적으로 시장 상황을 보여주지만, 거래량 자체가 너무 적을 때에는 몇몇 특수한 거래에 의해 전체 지표가 왜곡되는 한계도 있다.

◇2년 전으로 돌아간 서울 아파트 값

아파트 값 내림세에 속도가 붙으면서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 중위가격은 3.3㎡당 3558만원으로 2020년 8월(3575만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3.3㎡당 중위가격이 가장 비쌌던 작년 9월(4457만원)과 비교하면 약 20% 내렸다.

실제 서울 곳곳에서 이전 최고가 대비 20~30% 내린 가격에 매매거래가 체결되는 단지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도봉구 도봉동 ‘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 6일 최고가보다 2억원 낮은 5억4500만원에 팔렸다. 하루 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84㎡는 이전 최고가보다 2억2000만원 낮은 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송파구 잠실 일대에선 다주택자나 일시적 2주택자가 내놓은 급매물이 직전 최고가 대비 6억~7억원 정도 내린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잠실엘스’ 전용 84㎡가 21억원에 팔렸는데, 직전 최고가보다 6억원 내린 가격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연말까지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낙폭이 10%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며 “급격한 집값 하락으로 실물 경제가 위축되고 연관 산업으로까지 충격이 확산하지 않도록 주택 경기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