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도심 한 시중은행 점포 외벽에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이 걸려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시장에선 “주택 수요가 더 위축돼 당분간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뉴스1

한국은행이 13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올 들어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 때문에 주택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또다시 금리가 큰 폭으로 올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선 “빅 스텝 여파로 집값 하락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부동산 비수기로 통하는 여름 휴가철을 앞둔 시점이어서 ‘거래 절벽’도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리 충격에 집값 하락세 속도 붙나

작년 7월만 해도 0.5%였던 기준금리가 2.25%로 오르는 사이 전국적으로 아파트를 사고파는 사람이 급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7917건으로 작년(2만5159건)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거래는 줄고 아파트 매물이 쌓이다 보니 아파트 값도 하락 반전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6만5183건으로 1년 전(4만2594건)보다 53% 늘었다. 올해 2월 상승률 (-0.02%)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전국 아파트 값은 5월까지 4개월 내내 보합이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본격 휴가철이 오면 주택 매매 수요가 더욱 줄어들어 집값 조정세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 빅스텝까지 더해지면서 주택 매수세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연말까지 금리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집을 사려는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거래 부진으로 집값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연 5~6%가 되면 전반적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며 “무주택 실수요자도 집 사기를 꺼리고, 전셋집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전세 대출 금리가 더 오르면 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은행 이자 대신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세입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자금 조달도 ‘빨간불’

빅 스텝 충격은 오피스텔이나 꼬마 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 등 인기 지역 아파트 대출이 집값의 최대 40%로 제한되지만, 수익형 부동산은 시세의 70~80%까지 대출 가능하기 때문에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금융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대출 15억원을 받아 20억원짜리 꼬마 빌딩에 투자했다면, 금리가 0.5%포인트 오를 때 매달 추가 이자를 62만5000원 내야 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월세 수익으로 대출 이자와 세금을 충당하는 구조여서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투자자 중 일부는 부동산 처분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으로 건설 업계의 사업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우량 건설사 자금 조달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이날 기준 4.094%로, 1년 전(1.865%)의 두 배가 넘는다. 금융 비용이 불어나자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 연장 대신 상환을 선택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2일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현금으로 상환했고, 포스코건설도 이달 10일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주택 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 여파로 당분간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집값이 급락하거나 건설사의 경영 악화로 주택 공급이 줄면 경제 전반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물가를 관리하면서 주택 경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