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은 지금] ⑧”이렇게 집값 오르는 건 처음”…3년째 뜨거운 강릉

[땅집고] 강릉시 송정동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안내판. 4000만원 이상 피가 붙은 신축 아파트 분양권 매물을 쉽게 볼 수 있다. /박기람 기자

[땅집고] “이런 일은 강릉 역사상 처음이라고 봐요. 최근 몇 년간 강릉 집값은 정말 무섭게 올랐고 지금도 오르고 있어요. 3년 전만 해도 강릉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권에 ‘피’(P·프리미엄)가 1000만원만 붙어도 안 팔렸거든요. 오히려 마이너스피가 널렸는데 지금은 피가 2억원까지도 치솟았어요.”(강원 강릉시 송정동의 박형진 송정더휴부동산 대표)

지난 1일 찾은 강원도 강릉시 송정동. 이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창문에 나붙은 아파트 매물 게시판에는 4000만원~5500만원씩 피가 붙은 분양권 매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급매물은 아예 없고 월세도 보증금 3억원, 월 150만원 수준이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이 대부분 침체에 빠졌지만 강릉은 전혀 딴판이다. 부동자금이 몰리면서 강릉 해안가 일대 집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하반기엔 동해안 일대 집값도 보합 상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릉은 집값 거품이 덜해 급락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땅집고] 올 1~6월 아파트값 변동률 추이.

■비규제지역 풍선효과로 신고가 속출

강원도 해안가 일대는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로 집값이 다소 하락세였다. 하지만, 2020년부터 집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도 3년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자료에 따르면 올 1~6월 강릉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6.99%로, 경기도 이천(8.06%)에 이어 전국 2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전국은 0.75%, 서울은 0.60%였다.

강릉에서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와 신축 브랜드 단지를 비롯해 구축 아파트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강릉에서는 ▲유천동 ‘강릉유천한내들더퍼스트’, ▲교동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 ▲송정동 ‘강릉아이파크’ 등을 속칭 3대장으로 꼽는다. 세 단지는 꾸준히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땅집고]강릉시 교동에서 한창 공사 중인 '롯데캐슬시그니처' 아파트. /박기람 기자

2024년11월 입주 예정인 1305가구 규모의 교동 ‘강릉롯데캐슬시그니처’는 프리미엄이 최소 1억4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까지 붙었다. 가장 큰 전용 140㎡는 지난해 9월 9억5970만원으로 강릉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단지는 지난해 1순위 청약에서 46.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완판됐다. 강릉에서 희소한 대단지이자 브랜드 아파트, 교동이라는 지역적 이점으로 단숨에 대장 아파트 자리를 꿰찼다.

[땅집고]강릉의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유천동 '강릉유천한내들더퍼스트'. 해안가는 아니지만, 30층 고증 높이에서는 바다뷰를 누릴 수 있다. 높은 습도 등 해안가 단지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생활 인프라를 갖춰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단지다. /박기람 기자

강릉 원조 대장 아파트인 유천동 ‘강릉유천한내들더퍼스트’ 전용 84㎡는 올 6월초 7억1700만원으로 신고가를 갱신했다. 이는 작년 11월 마지막 거래에서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 단지는 2021년7월 준공한 788가구다. 송정동 ‘강릉아이파크’도 신고가가 이어지고 있다. 전용 84㎡는 올 6월 초 6억45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6000만원 올랐다. 다른 평형대도 뜨문뜨문 이뤄지는 거래 속에 최근 신고가를 갱신 중이다. 이 단지는 2019년10월 준공한 492가구 규모다.

■구축 아파트 더 크게 뛰었다…재건축 기대감 탓

주로 실수요자들이 사는 구축 저가 단지는 인상 폭이 훨씬 크다. 대장 아파트가 상승세를 견인하는 가운데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79년1월 준공한 640가구 규모 포남동 ‘포남1주공’ 단지가 지난해 말 강릉에서 첫 재건축이 추진되자, 구축 아파트값도 덩달아 큰 폭으로 뛰었다.

[땅집고] 올해로 준공 24년 차를 맞은 교동 '현대하이빌'. /박기람 기자

올해 준공 37년 차를 맞은 480가구 규모 입암동 ‘입암주공1단지’ 전용 47㎡는 2020년까지 6000만원대였지만, 작년부터 1억5000만원으로 치솟은 뒤 지난 3월 1억3500만원으로 소폭 내렸다. 절대 금액은 낮아도 상승률이 150%에 달해 신축 단지 이상으로 크게 올랐다. 준공 24년 차를 맞은 300가구 규모 교동 ‘현대하이빌’ 전용 123㎡는 지난 4월 5억500만원에 거래됐다. 2년여 만에 78.5%가 뛰었다.

구축 아파트조차 가격이 크게 뛰면서 현지 서민 주택난은 심각해지고 있다. 강릉 토박이라고 밝힌 60대 박모씨는 “이제 일반인은 강릉에서 집 사기가 더 어려워졌다. 평창올림픽 전후로 집값이 2배 이상 올랐는데 누가 살 수 있겠나”라면서 “집이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올라 좋지만, 없는 사람은 계속 평수를 좁히면서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오르지도, 빠지지도 않을 것”

주택업계에서는 강릉 집값이 올랐던 가장 큰 이유로 수도권 부동산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꼽는다.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가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이자 갈 곳을 잃은 부동자금이 강원도로 몰린 것.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바다뷰를 즐길 수 있는 동해안 일대가 관광지이자 투자처로서 급부상했다. 특히 강릉은 동해안에서 드물게 KTX역이 있어 서울·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 외지 투자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강릉을 비롯한 강원도 해안가 일대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본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세컨하우스 개념으로 매수하는 외지인 투자 수요가 간간이 이어지겠지만, 하반기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여파로 집값 상승 동력이 약해 매수세가 크게 늘긴 어렵다”고 했다.

강릉 교동의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도 “지금은 매매나 전월세 거래가 확연히 줄었다”면서도 “강릉이나 속초 등 해안가 지역의 경우 당분간 매매 거래는 줄어들겠지만 신고가 행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