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작년 상반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으로 5억원을 빌려 서울 마포구의 나 홀로 아파트(전용면적 59㎡)를 사들인 직장인 박모(32)씨는 요즘 주말마다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 230만원씩 나가던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지금은 270만원으로 늘어 생활비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는데 대출 갚느라 한 사람 월급이 거의 다 나간다”며 “치솟는 전셋값에 지쳐 집을 샀더니 집값은 제자리고 대출 금리만 무섭게 올라 살림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작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4차례나 올리면서 시중 대출 금리가 급등, 최근 1~2년 사이 ‘영끌’로 집을 산 20~30대 사이에서 “이자랑 원금 갚느라 등골이 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지금 금리도 부담스러운데,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금리가 7%로 오르면 대출을 활용해 서울에서 ‘국민 평형’인 전용 84㎡ 아파트를 산 사람이 매달 갚아야 하는 원리금이 300만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민간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리 7% 되면 원리금 상환액 40% 늘어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은 작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평균 가격을 토대로 금리 변동에 따른 매수자의 원리금 부담을 모의 계산한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올해 서울의 전용 84㎡ 평균 아파트값은 12억8582만원. 이 아파트를 LTV(주택담보인정비율) 최대한도로 금리 4%,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방식으로 대출받아 살 경우 매달 갚는 원리금은 209만원으로 나왔다. 하지만 금리가 7%로 오른다면 매달 원리금 지출이 291만원으로 39%(82만원)나 증가한다.

직방은 서울에서 평균 가격(9억4604만원)인 전용 59㎡ 아파트를 살 경우엔 최대 3억7000만원을 대출받는 것으로 가정했다. 이 경우 차주(借主)의 원리금 부담은 금리가 4%일 경우 176만원이지만, 7% 금리가 현실화하면 246만원으로 40% 불어난다.

전체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비율

지난달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84~4.37%로 1년 전(2.69~3.02%)에 비해 1%포인트 넘게 올랐다. 금리 상승에도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가 14년 만의 최고 수준(5.4%)으로 오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9%대에 달해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금리가 7%까지 오르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욱 줄어들고, 금융 비용을 감당 못 한 영끌족이 투매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갚느라 소득 70% 쓸 지경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66만9470원이다. 금리 7%가 되면 84㎡ 아파트 소유주는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절반(51.3%)을 넘게 된다. 고정 지출을 뺀 실소득(444만755원)과 비교하면, 빚 갚는 데 소득의 약 70%를 써야 한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가계(家計) 활동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고정금리로 돈을 빌렸다면 당장 이자 부담이 늘지는 않지만, 올해 4월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신규 취급 기준)의 비율은 19.2%에 불과하다. 작년 4월 기준으로도 27%에 그친다. 대출이 있는 사람 10명 중 7~8명은 금리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근 1~2년 사이 가장 적극적으로 집을 사들인 20~30대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 원리금 부담 증가에 훨씬 힘들어할 것”이라고 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은행권이 가산 금리를 결정하거나 미래 금리 인상분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서민·중산층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지지 않는지 신중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