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밴쿠버 교외 지역에 있는 랭리는 팬데믹 기간 교외이주 수요를 타고 지난해 집값이 40% 정도 급등했다.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이른바 뜨거운 시장이었다. 그러나 4월 들어 분위기가 돌변했다. 현지 언론들은 부동산 정보업체 하우스시그마의 자료를 인용, 최근 랭리 단독주택 평균 가격이 150만 달러로 2월 평균 175만 달러보다 14.3% 하락했다고 전했다. 인근 써리 지역의 단독주택도 2월 190만 달러에서 4월 159만 달러로 16.3% 하락했다. 광역 토론토의 타운하우스 중위 거래가격도 124만 달러에서 96만달러로 22% 내렸다.

캐나다 토론토에 집이 팔렸다는 안내판이 내걸린 주택. 무섭게 치솟던 토론토 집값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블룸버그.

끝없이 치솟던 캐나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변했다. 캐나다부동산협회(CREA)에 따르면 4월 전국 평균 거래가격은 전달에 비해 6.3% 하락했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광역 토론토의 중위가격이 두달 사이에 8.9% 하락했다”면서 “교외지역의 하락폭이 크다”고 전했다.

‘광란의 집값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던 광역 토론토 지역의 단독주택 평균 거래가격은 2월 165만달러에서 4월 145만달러로 12.1% 떨어졌다. 토론토 공인중개사 박구용씨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철웅성 같은 믿음에 금이 가면서 매수자는 관망세로, 매도자는 집값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3주 전에 90만 달러에 나왔던 타운하우스가 80만 달러에 거래됐는데, 지금은 비슷한 물건이 75만 달러에 나온다”며 “매수자들이 더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 당분가 하락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주택가격 하락 소식을 전하는 현지인과 캐나다 거주 교민 유튜버들의 영상./Prime Properties TO, 박셰프의 부동산이야기, 숲과 냇물 동영상캡처

◇각종 대책에도 폭등하던 집값, 갑자기 분위기 돌변

캐나다는 지난 2~3년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사회 문제가 되자, 선진국에서는 드물게 적극적인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규제, 모기지 대출 규제, 공급확대 등의 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집값이 계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도 나왔다. 캐나다 정부는 최근에도 집값 안정을 위해 10년간 주택공급을 2배로 늘리고 외국인의 주거용 주택 구입을 2년간 제한하는 긴급대책도 내놓았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근거는 주택부족이었다. 캐나다의 1000명당 주택수는 424가구로, 프랑스(540가구) 독일(508가구), 일본(494가구) 등 다른 선진국가보다 부족하지만, 외국인 이민이 꾸준히 증가했다.

캐나다는 뉴질랜드와 집값 거품 1·2위를 다투고 있다. 작년 6월 블룸버그 통신이 발표한 주택버블 순위 1위가 뉴질랜드, 2위가 캐나다, 3위가 스웨덴, 4위가 노르웨이, 5위가 영국이었다. 한국은 19위였다. UBS은행이 발표한 세계주요 도시 주택 버블지수(Global Real Estate Bubble Index)에 따르면 토론토(1.96)와 몬트리올(1.37) 등 캐나다 도시들이 뉴욕(0.56), 샌프란시스코(0.99) 보스톤(0.49) LA(1.16) 등 미국 도시보다 훨씬 고평가 되어 있다. 이 지수는 ‘0.5~1.5′가 고평가, ‘1.5′이상은 버블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 캐나다의 몬트리올은행(BOM)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캐나다의 평균 집값( 61만7000캐나다 달러,5억3800만원)은 미국의 평균 주택가격(42만 캐나다 만달러,3억6600만원)보다 40% 높다.

◇ 금리 인상 직격탄에 휘청이는 주택버블 국가들

부동산 불패론이 무너지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뿐만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이 주택버블 1위국가로 꼽은 뉴질랜드는 최근 3달간 전국 기준으로 3.5% 하락했다. 뉴질랜드부동산연구소(REINZ)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오클랜드는 5.4%, 웰링텅 시티는 9.4% 하락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는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에다 해외 이민 수요가 많아 집값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론이 유행하던 나라들이다. 그런데도 집값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리인상의 영향이다.

캐나다중앙은행(BOC)은 3월 기준금리를 0.25% 인상한데 이어 4월에도 0.5%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1%대로 올랐다. 6월에도 0.5%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는 5년 고정금리 모기지가 전체 모기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변동금리이다. 현재 캐나다 5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3%대인데, 내년에는 7%까지 오를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이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 2%로 올렸다. 뉴질랜드는 지난해에는 10월부터 3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했으며, 지난달에는 22년 만에 최대폭인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뉴질랜드의 2년 고정 모기지의 금리는 작년 2%대에서 최근 5%대로 이미 치솟았다.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치솟아 블룸버그 통신의 주택버블 순위에서 3위로 꼽혔던 스웨덴도 집값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호주도 멜버른을 중심으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현지 언론들은 ‘중앙은행이 부동산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부동산 구매제한 조치도

외국인 수요로 집값이 오른다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뉴질랜드와 캐나다는 외국인의 주택구입을 제한하고 있다. 밴쿠버가 속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정부는 2017년 15%의 외국인 부동산 취득세(the foreign buyer tax)를 도입했다. 온타리오주도 15%의 비거주자 투기세(The Non Resident Speculation Tax)를 도입했다. 취득세는 보통 가격에 따라 1~3% 이며, 부동산 취득세, 비거주 투기세는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최근 온타리오주는 외국인 부동산 취득세를 20%로 올리고 부과지역도 대폭 확대했다. 중앙정부는 최근 2년간 외국인들의 주택구입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토론토 공인중개사 박구용씨는 “금리인상과 함께 외국인들의 부동산 취득세 중과세 정책이 외국인수요를 줄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2018년 외국인들은 주택구입을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다만, 신축 아파트와 호주와 싱가포르 국적자들은 적용을 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