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의 모습. /뉴시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대에 육박하면서 대출을 잔뜩 끼고 주택을 구입한 20~30대 영끌족이 패닉에 빠졌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어 금융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4억원 정도를 빌려 경기도 하남에 아파트를 샀다는 30대 A씨는 “내 집 마련했다고 한숨 돌렸는데 집값은 안 오르고 금리만 치솟으니 불안감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20~30대가 사들인 아파트는 2만730가구로 전체 거래량(4만9751가구)의 41.6%를 차지한다. 젊은 층 대부분이 대출을 최대한 활용한 ‘영끌’로 집을 사들인 것은 주택담보대출 통계로 확인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49조7000억원에서 823조5000억원으로 9.8%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27.9% 급증했고, 30대의 대출 증가율이 14.9%로 뒤를 이었다. 전통적인 주택 수요층인 40대(9%)와 50대(2.6%)가 한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특히 은행권보다 금리가 더 높은 제2 금융권에서 20대의 주택담보대출은 5조1000억원에서 8조1000억원으로 58.8% 폭증했다. 30대 역시 2금융권 대출 증가율이 33.2%(50조원→66조6000억원)로 위험 수준이다. 2금융권은 시중은행에 비해 대출 금리가 최소 1%포인트, 많게는 4~5%포인트 이상 높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본인 신용 이상으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젊은 세대가 많다는 뜻”이라며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 금융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집을 투매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금리 인상이 과열된 집값을 안정시킨 효과도 있지만, 실수요자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하고 거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이자 부담이 너무 가파르게 늘면 가계 소비가 위축되고 전·월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