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배우자와 함께 소유한 서울 서초구 아파트 전세금을 단번에 40% 넘게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은 한 후보자가 갱신 계약의 전·월세를 5% 이상 못 올리도록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한 후보자는 “세입자가 계약 갱신 포기 의사를 밝힌 후 이를 번복한 신규 계약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 7월말 개정된 주택임대차법에 따르면 임대인이 본인 또는 직계가족 거주 등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세입자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없으며, 갱신 계약의 임대료 인상률도 최대 5%로 제한된다. 하지만 세입자가 퇴거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번복하는 등 개별 사례에 대한 규정은 없어 한 후보자의 법 위반 여부를 직접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법무부와 국토교통부가 2020년 8월 배포한 임대차법 해설집에 대표적인 사례에 대한 유권해석이 있어 이를 토대로 대략적인 추정은 해볼 수 있다.

해설집에 따르면 임차인이 계약 만료일에 맞춰 퇴거하기로 했다 하더라도 이를 번복하고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다만, 계약 만료일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한 후보자의 임차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계약 만료를 3개월 정도 앞두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임대인(한 후보자 부부)에게 알렸다”고 전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임차인은 퇴거 통보 후에도 이를 번복하고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한 달 정도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계약 만료일에 임박해서 임차인의 생각이 바뀌었다면 한 후보자가 기존 임차인과 계약을 맺거나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릴 의무는 없었다.

만약 임차인이 계약 기간이 2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갱신 의사를 한 후보자 부부에게 전했다 하더라도 5% 이상 전세금을 올릴 수는 있었다. 해설집에는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합의로 전·월세를 5% 이상 올리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자의 임차인이 지난해 전세를 43% 올렸다면 2년 후인 2023년에 5% 이내로 올리는 조건으로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등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장기간 거주할 전셋집이 필요한 임차인들이 계약 갱신 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아껴두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말했다.

정태우 변호사는 “한 후보자의 사례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후보자 측에서 설명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 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만한 부분은 없어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훈 후보자 부부가 소유한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지지옥션

한편 이달 초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2년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배우자와 공동 명의로 보유한 서초구 삼풍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17억5000만원으로 신고했다. 이는 지난해 신고금액(12억2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43%) 늘어난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