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1일 “어제오늘 새로 추가된 매물은 없지만, 집을 팔면 세금이 어느 정도 줄어드는지 묻는 전화는 여러 통 받았다”고 했다. 전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시적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을 발표하자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시장에 얼마나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늦어도 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부터 1년간 최고 82.5%에 달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이 유예된다. “매물이 늘고, 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계약갱신청구권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기존 규제와의 충돌 때문에 매물 유인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0년 기준 전국 1173만 유주택 가구 중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319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중 10%가 보유 주택 1채씩을 처분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약 50만 가구)의 60%가 추가로 시장에 쏟아진다. 서울은 다주택자가 보유한 집이 52만 가구다. 10%인 5만2000가구는 2021~2022년 2년 동안의 서울 전체 입주 물량(5만2300가구)과 맞먹는다.

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 완화를 결정한 배경엔 단기간에 주택 공급을 늘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계산이 있다. 양도세를 아끼려는 절세 매물이 시장에 대거 풀리고, 매도자 간 경쟁으로 집값이 하향 안정되는 것이 인수위가 그리는 시나리오다. 다만 보유세 산정 기일인 6월 1일 이후에 집을 팔면 양도세는 아낄 수 있지만, 올해분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그대로 내야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기대만큼 집값 안정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쏟아낸 다른 규제와의 충돌 때문에 다주택자가 집을 매물로 내놓아도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우선 주택임대차법의 계약갱신청구권이 걸림돌로 꼽힌다. 다주택자가 처분하려고 내놓을 집은 대부분 세입자가 살고 있다. 계약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수자가 집을 사들여도 최대 4년간 실거주할 수 없다.

압구정·삼성·대치·청담동을 비롯해 잠실·용산·여의도·목동 등 서울 인기 주거지 상당수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것도 문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세입자가 있는 집은 기존 전·월세 계약이 끝날 때까지 처분할 수 없다. 하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시장 과열을 막아야 하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면 해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세 15억원이 넘는 집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도 양도세 완화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2억원이 넘은 상황에서 15억원 넘는 집은 매물로 나와도 대출이 안 돼 수요가 제한적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처분해도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다”면서 “고가주택과 중저가 주택의 가격 차이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