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준공을 앞두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헬로우닥터 사옥. 외관을 세련된 회색으로 마감하고 꼭대기층에 반투명 유리를 달아 멀리서도 눈길을 잡아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지하철 모란역 4번 출구를 나와 성남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5분쯤 걷다가 여수교고가차도에서 동쪽으로 꺾어들면 하대원동 주택가가 나온다. 3차로 도로를 따라 지상 4~5층 근린생활시설 빌딩이 어깨를 맞대고 줄줄이 들어서 있는데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이 나온다. 밝은 회색으로 외벽을 감쌌고 꼭대기층은 반투명 유리(유-글래스·U-Glass)로 마감해 멀리서 보면 흰색 사각모자를 쓴 것처럼 보인다. 층마다 크기가 다른 창도 이색적이다. 이 건물은 제약 벤처기업 ‘헬로우닥터’사옥으로 오는 4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지상 5층 건물로 대지면적 429㎡(약 130평), 연면적은 898㎡(272평)다.

건축주는 건축 경험이 없는 초보 건축주였다. 그러나 설계 구상, 시공사 선정, 인테리어까지 실제 건축을 진행하는 과정에선 성공한 벤처기업가인 건축주의 노련미가 확실하게 발휘됐다. 건축주는 설계를 담당한 홍만식 리슈건축 소장에게 사옥으로 쓰는 만큼 건물의 외관 디자인에서 차별성이 있어야 하고, 직원 만족도가 높은 설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유-글래스를 활용한 디자인과 5층 전체를 관통하는 중정(中庭)을 설치하자는 것이었다.

건물 내부 5층 전체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중정. /리슈건축

◇면접으로 시공사 선정…지인 찬스는 배제

통상 건축 경험이 없는 건축주는 흔히 ‘아는 사람’ 소개를 받아 시공사를 선정하는 이른바 ‘지인 찬스’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달랐다. 먼저 홍 소장은 건축주에게 중소형 건물 시공 경험이 풍부하면서도 적정 건축비를 제시할 수 있는 업체 3곳을 추천했다. 이후 건축주는 3개사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평판 조회를 거쳤다. 최종적으로 면접을 보고 난 후에 시공사를 낙점했다. 시공사로 뽑힌 디에이치종합건설 장호산 상무는 “헬로우닥터 건물은 시공사 선정 과정부터 경쟁을 유도해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건축주의 목표와 예산을 명확하게 전달받을 수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최근 중소형 건축 시장이 활황이어서 실력 있는 시공사들은 아무 공사나 무턱대고 수주하지 않는다. 장 상무는 “시공사도 면접 과정에서 건물 디자인이나 건축주 의도와 예산, 성향, 목표도 정확하게 파악하고 서로 ‘궁합’이 잘 맞는 현장 위주로 수주한다”며 “헬로우닥터 사옥은 매력적인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장 상무는 땅집고 아카데미가 오는 3월 3일 개설하는 ‘시공 실전 마스터클래스 3기 과정’에 강사로 나서 ‘시공3단계 : 내부·방수·설비(기계·전기)’를 주제로 강의한다.

◇동일 품질 자재로 바꿔 건축비 절감

디에이치종합건설은 서울 반포·평창·청운동, 용인·제주 등지에서 주택·근린생활시설·박물관 등 다양한 중소형 건물을 지어 경험이 풍부하다. 경력 20년 안팎 베테랑 엔지니어가 많다. 헬로우닥터 사옥은 건축주와 시공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 건축비도 대폭 절감했다. 디에이치종합건설이 제시한 최초 건축비는 18억원. 건축주 계획 예산보다 2억원 정도 높았다. 디에이치종합건설은 자재 변경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주차장 바닥을 물빠짐이 좋은 ‘아다그립’으로 마감하기로 했는데, 비슷한 느낌을 주되 더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자고 했다. 계단 마감의 경우 금속 자재 ‘럭스틸’ 대신 콘크리트 폴리싱 미장으로 처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장 상무는 “건축주와 소통하면서 건물 상품성과 콘셉트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건축비를 절감할 수 있는 자재를 찾아 공사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했다.

◇인테리어·세무컨설팅 등 추가 서비스도 중요

디에이치종합건설은 시공 이외에 다른 부가 서비스도 약속했다. 실내 인테리어 컨설팅과 사후 관리 서비스가 대표적. 건물 전체를 임대용으로 지을 때 인테리어는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건물 4·5층은 사옥 용도여서 인테리어도 필요했다. 인테리어를 담당한 디자인어스 이유정 실장은 “헬로우닥터는 제약사여서 사무실 상주 직원보다 방문객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5층 휴게공간을 제약 관련 사업 아이템을 보여줄 수 있는 쇼룸으로 변경했다”며 “건축주와 수시로 소통하면서 공간별 평면 구성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 상무는 “헬로우닥터 건물은 시공사 선정과 자재 선정,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건축주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진행돼 전반적인 시공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던 현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