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신문로의 명물이 된 ‘경희당’. 착공 후 건축주가 현장에 일주일에 1~2번 방문할 정도로 관심을 쏟았던 데다, 시공사인 트래콘건설의 노하우가 결합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트래콘건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 옆 골목길을 따라 축구회관 방향으로 10분쯤 걷자, 흰색 고벽돌로 마감한 신축 빌딩을 마주쳤다. 마치 그리스 신전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6층 건물로 옛 경희궁 일부 터에 신축한 ‘경희당’이다. 건물 입구 널찍한 계단을 올라 1층에 들어서자, 곳곳에 궁궐 분위기를 살려 꾸민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년 9월 완공한 경희당은 벌써 지역 명물이 됐다. 점심시간이면 커피를 들고 찾아와 삼삼오오 모여 휴식하는 직장인과 주변 주민들로 북적인다. 세입자에게도 인기다. 지상 3~6층 업무시설은 준공 한달도 안돼 입주회사를 찾았다. 지하 2층~지상 2층 근린생활시설에는 몇몇 고급 갤러리가 입점을 노리고 있다. 꼭대기층 상가에는 유명 한식당이 문을 열 계획이다.

경희당의 성공 배경에는 시공사인 트래콘건설의 건축 노하우도 있지만 건축주의 엄청난 열정과 관심을 빼놓을 수 없다. 박정수 트래콘건설 대표는 “시공하는 2년 동안 일주일에 한 두 번씩 건축주가 꼭 방문해 현장 곳곳을 둘러보고 건축사무소와 시공사 대표를 통해 의견을 나눴다”며 “시공 경력 30여년만에 이렇게 꼼꼼한 건축주는 처음봤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 대표는 오는 2월초 시작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21기’ 과정에 멘토로 참여해 성공하는 건축을 위해 시공 과정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건축주는 서울 강남 일대에서 ‘경희당’과 비슷한 현장을 시공한 경험이 여럿 있는 트래콘건설을 시공사로 골랐다. /서준석 땅집고기자

◇건축주의 ‘무한 관심’이 랜드마크를 만든다

건축주라면 누구나 랜드마크 건물을 짓고 싶어한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건축주의 ‘무한 관심’이다. 건축주가 시공 과정에 적극 참여해 설계사무소, 시공사와 소통할수록 건물 완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건축주가 현장을 자주 방문해야 원하는 건물이 나온다고 했다. 착공 후 시공사나 현장 대리인에게 공사 관리를 위임하고 현장을 한 번도 찾지 않는 건축주가 많은데, 이 경우 완공 후 생각과 다른 건물이 나왔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 그는 “설계가 아주 마음에 들게 나왔더라도 시공 과정에서 건축주가 직접 결정해야 할 요소가 많다”면서 “건축주가 현장 인력과 자주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설계도상 화장실에는 타일 종류만 나와있다. 색상이나 크기는 현장에서 건축주가 따로 결정해야 한다.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 수용 인원과 속도, 제작회사는 설계도에 정해놨지만 바닥 마감재와 색상 결정은 건축주 몫이다. 박 대표는 “경희당 건축주의 경우 지하주차장 천장 마감을 비롯해 지하 기계실, 미화원 휴게실까지 일일이 확인하면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며 “시공이 끝난 뒤 마음에 들지 않아 되돌리게 되면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고 했다.

◇내 건물과 비슷한 시공 경험있는 회사 골라야

신축하려는 건물에 적합한 시공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시공사를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시공사 포트폴리오를 참고해 현장과 가장 비슷한 시공 경험을 보유한 업체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경희은 연면적 2600평쯤 되는데, 만약 건축주가 1000평 이하 건물 시공 경력을 보유한 회사나 1만평 이상을 주로 시공한 곳을 찾는다면 ‘미스 매치’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경희당은 시공상 악조건이 많았다. 부지와 접한 유일한 도로가 폭 4로 좁아 공사 차량이 드나들기 어려웠다. 주변에 아파트도 있어 공사 도중 안전 문제와 민원이 생길 여지도 다분했다.

트래콘건설은 경희당 현장과 조건이 비슷한 서울 강남 도심에서 시공 경험을 많이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경희당 시공 과정에서 먼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 4층 깊이인 지하를 시공할 때 ‘다운워드식 역타공법’을 썼다. 통상 건물 지하층을 조성할 때 지상에서 밑으로 땅을 파내려간 뒤 지하층 바닥부터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이 경우 지하 빈 공간 때문에 토압이 작용해 무너질 수 있다. 반면 다운워드식 역타공법은 지하층 윗쪽부터 메워내려가는 방식이라 붕괴 위험이 거의 없다.

진입도로가 협소해 공정이 꼬이는 걸 막는 것도 고민이었다. 결국 현장소장을 포함해 토목·설비·전기 등 직능별 전문가 6명을 배치했다. 통상 현장 1곳당 소장 1명만 두는 것과는 달랐다. 박 대표는 “건축주가 현장 인력에게 내 건물이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계속 설명을 요구하면서 전체 건축 과정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랜드마크 건물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