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사전 청약 현장접수처에서 시민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3기 신도시 중 주택 수요자의 관심이 집중됐던 하남 교산의 사전 청약 일반 공급에 당첨되려면 청약통장에 가입하고 15년 넘게 매달 돈을 저축했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던 무주택자들 사이에선 “집값이 급등해도 ‘3기 신도시가 있으니 집 사지 말고 기다리라’는 정부 말만 믿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림의 떡’”이라며 허탈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2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하남 교산 등 네 지구 4167가구에 대한 3차 사전 청약 신청을 받은 결과 6만8302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16대1을 기록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 커트라인도 웬만한 30대는 넘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남 교산은 당첨자의 청약저축 납부 최저 금액이 186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네 타입 중 전용면적 55㎡만 커트라인이 2000만원을 밑돌았고 나머지는 모두 2000만원을 넘겼다.

공공 분양은 민간 분양과 달리 통장 납입액을 기준으로 청약 가점을 매긴다. 월 10만원까지만 인정되기 때문에 1860만원을 모으려면 15년 6개월간 통장에 납입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고정적 소득이 생긴 후에야 청약통장에 가입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소한 40대 초반은 돼야 1860만원을 모을 수 있다. 같은 기간 사전 청약을 받은 과천주암 역시 2220만원이 당첨 최저점이었다. 18년 넘게 청약통장에 납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젊은 무주택자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작년 여름 20~30대 중심으로 ‘패닉 바잉(공황 매수)’이 확산할 때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은 “저렴한 3기 신도시 청약이 있으니 기다리라”고 주문했는데, 정작 30대에겐 도전해볼 기회조차 돌아오지 않는다는 불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