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등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하락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거래도 급감하고 있다. 서울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공동주택 실거래가 지수’ 통계에 따르면, 10월 서울 서북권(마포·서대문·은평구)과 동남권(강남 4구)의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한 달 전보다 각각 0.5%, 0.03% 떨어졌다.

이미 집값이 정점을 지나 하락기로 접어 들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대 김경민 교수가 “기준금리가 1.5%가 되면 집값은 2021년 6월 대비 약 10~17%가 빠진다”고 전망하는 등 집값 급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최근 한 방송에 출연, “강남의 일부 아파트가 2010년 대비 2013년에 40%가 떨어진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지나치게 오른 집값, 종부세 등 세금 폭탄 등을 근거로 한 집값 폭락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반면 건설산업연구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에도 입주물량 부족등으로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2년 강남 폭락 다시 재연되나

한국에서 집값이 급락한 시기는 IMF외환 위기를 제외하면 2012년이었다. 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2012년 서울 아파트 가격은 6.65%, 강남구는 12.09% 하락했다. 변동률이 커보이지 않지만, 당시 강남구의 일부 아파트는 고점 대비 거의 반토막이 난 가격에 나온 급매물만 거래됐다. 리먼쇼크가 발생한 2008년에는 서울 전체 아파트는 7% 올랐지만, 강남구는 5.99% 하락했다. 2009년 한국 경제가 리먼쇼크를 조기에 극복하면서 서울 전체는 2.46%, 강남구는 6.36% 상승했다.

서울대 김경민 교수가 내년 기준금리가 1.5%까지 오를 경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최대 17%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등 집값 급락론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2010년, 2011년 소폭 하락하던 집값은 2012년 급락세를 보였다. 서울은 -6.65%, 강남구는 -12.09% 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2013년은 서울(-1.28%)과 강남구(-1.07%)는 소폭 하락했다.

당시 통계상 변동률보다 체감 집값 하락폭은 훨씬 컸다. 2007년 33억이던 강남의 67평형 아파트가 2013년에는 16억원에 거래되는 등 강남에 ‘반토막’ 아파트가 속출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심리가 퍼지면서 거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초급매물만 거래됐다. 한때 전국적 수요가 몰리는 안전자산이라는 이유로 맹위를 떨쳤던 ‘강남 불패론’이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김경민 교수의 전망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이 10~17% 하락할 경우, 시장에서는 30~40% 떨어진 가격의 초급매물만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집값 폭락의 조건?

당시 집값 폭락요인은 복합적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2009년 2월 2%까지 내렸던 기준 금리를 한은이 2011년 6월 3.25%까지 올렸다. 급격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버블붕괴를 초래하기도 한다. 일본의 중앙은행이 80년대말 2.5%까지 낮아진 기준금리를 90년 8월에 6%까지 올리면서 부동산 버블붕괴로 이어졌다.

금리인상과 함께 수도권 미분양 주택증가, 이명박 정부의 반값 아파트 정책 등도 영향을 줬다.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집값 폭등기인 2006년 4700 가구까지 줄었으나 2013년에는 3만3000가구까지 급증했다. 2014년부터 미분양이 줄면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기로 접어들었다.

당시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급증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 주택 정책도 한 몫했다. 그린벨트 해제지 주택 32만가구를 포함 2012년까지 수도권에서 보금자리주택 6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 강남구와 서초구 등에서 시세 절반가격의 아파트가 나왔다. ‘반값 아파트’ 공급이 본격화되면서 분양가가 비싼 민간 아파트는 미분양이 속출했다.

◇대선 정책 경쟁, 집값 하락요인일까? 상승요인일까?

내년 대선의 공약 경쟁이 집값에 호재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신속한 공급 폭탄 정책이 나올 경우, 집값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모두 공급확대를 공약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와 물량이다. 집값 불안심리를 단박에 잠재울 정도의 파괴력이 있는 정책이 나오면 금리인상과 함께 집값하락의 기폭제가 될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2.4대책’을 통해 공급확대 정책으로 전환한 만큼, 차기 정부의 부담은 그만큼 가볍다.

대외 변수도 중요하다. 2012년 집값 하락은 한국만이 독특한 상황은 아니였다. 미국,네덜란드,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주택가격 하락세가 지속됐다. 리먼쇼크에 이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웅진, STX, 동양그룹 등이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제2의 경제위기론이 나왔다.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 짦은 기간 성장을 한 뒤 다시 불황이 본격화하는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이 전세계 주택시장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상승론 근거는 입주 물량 급감, 2012년엔 입주물량 감소에도 급락

내년 집값은 어떻게 될까. 서울대 김경민 교수와 같은 급락론은 소수파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과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이 각각 2%, 3%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매매 가격이 전국 2.5%,수도권 3.5%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인상, 대출규제, 세금 폭탄에도 연구기관들이 상승세를 전망하는 것은 입주물량 부족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2023년까지 수도권의 신축아파트 입주 감소를 꼽았다. 그러나 폭락론자들은 입주물량과 주택가격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편다. 실제 2012년 하락기는 오히려 입주물량이 줄었다. 실제 2012년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2만6000가구,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11만가구로 2011년의 서울 3만8000가구, 수도권 12만5000가구보다 크게 줄었다. 입주물 물량보다는 경제 심리, 금리, 대출규제, 정책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