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인이 신도시 계획 듣더니 바로 5000만원 올리자고 하네요.”

지난 30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 도마교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아파트 매물 가격과 매수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국토교통부가 의왕·군포·안산 일대 586만㎡ 부지에 4만1000가구 규모의 신도시급 주거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올해 초부터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고점 매수’에 대한 우려로 최근엔 문의가 뜸했는데, 정부 발표가 나자마자 ‘살 만한 물건이 있느냐’는 전화를 30통 정도 받았다”고 말했다.

의왕시 초평동과 삼동 일대 중개업소 분위기도 비슷했다. 중개업소마다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두겠다는 집주인의 전화와 매수 가능한 매물을 묻는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한 공인중개사는 전화기를 들고 “어제까진 그 가격이었는데, 이젠 어떻게 될지 몰라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부가 신도시급 택지 개발을 예고한 경기도 의왕시 초평동 일대 모습. 정부가 30일 의왕·군포·안산 일대에 주택 4만1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인근 아파트 호가가 단숨에 수천만원 오르는 등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장련성 기자

◇잔뜩 오른 집값에 ‘신도시 개발’ 호재 겹쳐

정부의 3차 신규 공공택지 계획 발표 후 의왕·군포·안산 일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국토부가 확정한 전국 10곳(총 14만 가구)의 신규 택지 중 의왕·군포·안산은 가장 규모가 큰 데다가 입지 조건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기에다 애초 불확실했던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 노선 의왕역 정차, 역세권 개발과 기업 유치 등을 정부가 약속한 것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GTX가 연결되면 의왕역에서 양재역까지 20분, 서울역까지 35분 만에 갈 수 있다.

이번 정부 발표 전에도 의왕·군포·안산은 GTX 수혜지로 꼽히면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의왕은 올 들어 아파트값이 29.26% 올라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군포(22.22%)와 안산(24.69%)의 아파트값 상승률도 경기도(14.46%)와 전국 평균(9.05%)을 크게 웃돈다.

실제로 의왕 삼동에 있는 ‘파크푸르지오’ 전용 84㎡는 올해 초 실거래가가 6억4600만원이었는데, 8월엔 9억4000만원에 팔렸다. 이 단지 호가는 정부의 신도시 발표 이후 12억원까지 치솟았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의왕은 올해 과천·평촌과 가까운 인덕원역 주변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번 신도시 개발 호재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했던 의왕역 주변까지 요동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기업 유치·GTX 연결 믿어도 되나”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정부의 신도시 개발 계획이 못 미덥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발표를 세심히 챙겨봤다는 한 주민은 “정부는 자족 용지를 전체의 15%까지 확보한다고 했는데, 기업 유치가 그렇게 쉬우면 지금까진 왜 안 했겠느냐”고 말했다. 자족 도시가 불가능할 경우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는 2026년 이후 공급 과잉 여파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주변 집값도 동반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60대 주민은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정부가 발표한 계획이 차기 정부에서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기존 지하철과 GTX 연결 등 정부가 약속한 교통 대책의 현실성을 걱정하는 주민도 많았다. 교통 대책의 핵심인 GTX-C 노선은 아직 착공도 안 된 상태다. 의왕의 한 주민은 “위례나 양주 등 입주한 지 수년이 지난 2기 신도시도 아직 철도가 안 뚫렸는데, ‘GTX 타면 강남까지 20분 만에 간다’는 정부 발표는 사탕발림 같은 이야기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공택지 입지로 발표한 지역은 의왕·안산·군포 세 도시의 경계 지역인데 대중교통망이 잘 갖춰진 편이 아니다. 서울 중심부인 시청에서 직선거리로는 28㎞가량 떨어져 멀지 않은 편이지만, 기자가 직접 시청역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니 마을버스 환승 시간 등을 합해 1시간 30분 정도가 걸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0일 발표된 수도권 신규 택지는 물리적 입지가 기존 3기 신도시보다 안 좋은 편인데, 교통망 구축이 지연되면 베드타운의 기능조차 제대로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더 오를 게 뻔한 전셋값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지 않는 것이 불만이다. 의왕시의 한 주민은 “외지 수요와 이주 수요 등이 겹쳐 전세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집값 올리는 계획만 잔뜩 발표하고, 전세 대책은 아예 없으니 우리 같은 서민은 더 외진 곳으로 이사하란 소리로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