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리면서 향후 집값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27일 국회에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 인상이 반드시 집값 하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금리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시장 불안을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과 이명박 정부 초기에 이르는 금리 인상기(2004년 11월~2008년 8월)에 기준금리는 2%포인트(3.25%→5.25%)나 올랐지만, 전국에서 부동산 가격이 무섭게 치솟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결산보고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준금리가 오른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 금리 인상 때 서울 집값은 한 번은 상승, 또 한 번은 하락하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1월 말 기준금리 인상(1.25%→1.5%) 후 6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은 4.1% 올랐다. 금리 인상 전 6개월(2.58%)보다 오히려 집값이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1년 뒤인 2018년 11월 기준금리가 1.75%까지 올랐고, 이후 6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값은 1.96% 내렸다.

2018년 금리 인상 당시 정부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지 보름여 만에 수도권 3기 신도시 건설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금리 인상과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신호가 시너지를 내면서 부동산 시장에 쏠리는 수요를 억누르는 효과를 내며 집값이 일시적으로 안정된 것이다.

자료=한국은행,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여전히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추가 금리 인상이나 획기적인 공급 확대 방안 없이는 집값 상승세를 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신축 입주 아파트와 기존 주택 매물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경쟁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지금의 수요 초과 국면은 한두 차례 금리 인상으로는 쉽게 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이달 중 14만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2·4 대책’으로 대표되는 공공 주도 주택 공급 정책이 집값 안정에 ‘약발’이 안 먹히는 것도 문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만약 정부가 연내에 기준금리를 1%대까지 끌어올린다면 2013년부터 이어진 ‘상승장’에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