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7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 물량이 작년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작년 7월 말 시행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로 민간 공급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탓이다. 분양 물량이 줄면서 소규모 ‘나홀로 단지’조차 수백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청약 광풍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민간 분양 물량

22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민간 아파트는 5690가구다. 작년 같은 기간(2만5638가구)의 22% 수준이다. 재작년(1만4740가구)과 비교해도 60% 넘게 줄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10곳 중 6곳은 일반 분양 물량이 100가구가 채 되지 않는 소규모 단지였다.

작년 7월 말부터 서울 대부분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주요 단지가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반 분양만 5000가구 정도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다. 이 단지는 분양가 책정을 못 해 이주 4년이 지나도록 일반분양을 못 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 가구 수가 많은 단지일수록 분양가 문제에 민감하다”며 “분양가를 최대한 올려받을 수 있을 때까지 버티자는 조합이 많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땅값과 기본형 건축비가 오를수록 분양가가 높아지는데, 둘 다 매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소규모 단지 청약까지 과열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동대문구에서 분양한 ‘브이티스타일’은 47가구 모집에 1685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36대1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청약을 받은 관악구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는 18가구 모집에 3922명이 신청해 21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청약 경쟁률은 2019년 32대1에서 작년 88대1, 올해 7월까지 111대1로 갈수록 오르고 있다.

정부는 민간 공급 규제를 푸는 대신 공공 주도의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공공재개발이나 공공도심복합개발 등을 통해 앞으로 5년간 서울에만 32만여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는 부지 확보 기준이라 실제 분양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후보지에서는 주민들이 공공 개발에 반대하고 나서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