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주자 주택공약 철저 분석- 이낙연 전 총리

“총리로서 부동산 전쟁에서 패배한 장수이다. 또 똑같은 정책을 가지고 나오면 국민들이 ‘그저 그런 후보’라고 보지 않겠느냐”

대선 경선후보인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낙연 전 총리를 비판한 내용이다. 이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2년 7개월 총리를 역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참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쟁점을 비켜가기 위해서 일까? 이낙연 전 대표는 뜬금 없는 느낌을 주는 ‘토지독점규제 3법’을 부동산 정책의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실질적 내용은 ‘토지공개념 3법’이다. 3개 법안은 일정 규모이상의 택지소유를 제한하는 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법 개정안, 유휴토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한 종합부동산세법(토지초과이득세법) 개정안 등이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 15일 국회에서 대표 발의를 했다. 노태우 정부의 대표 정책인 토지공개념 3법은 현재 유명무실하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거 정책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토지초과이득세는 헌법 불합치,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판결을 받았다. 개발이익환수는 살아남았지만 대폭 완화된 상태이다. 당시 부동산 투기를 잡고 유휴 토지의 개발을 촉진하려는 목적이 있었지만, 위헌판결을 받을 정도로 입법에 문제가 많았다.

저금리와 공급 부족이 빚은 집값 폭등을 토지 투기 탓으로 돌려

현재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아파트 가격 폭등이다. 저금리와 주택 공급부족이 빚어낸 것으로, 토지 공개념 3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이 전 대표가 위헌 소지가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토지공개념 3법을 30년만에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

우선, 주택정책 실패의 공동책임자라는 비판에서 한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쟁점을 만들기와 이재명 후보 공약에 대한 견제용으로 보인다.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토보유세를 공약했다. 국토보유세를 통해 투기, 투자용 토지에 대해 세금폭탄 이상의 과세를 하겠다는 공약이다. 토지공개념 3법은 국토보유세 맞불용이면서도 집값 폭등을 정책 실패가 아닌 토지 투기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 극성 지지자를 뜻하는 ‘대깨문’의 지지를 얻기위한 공약이라는 측면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을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권 강성 지지층들은 부동산 적폐 청산을 토지 공개념을 위한 개헌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발의됐지만 야당의 반발 속에 폐기됐던 이른바 ‘문재인 개헌안’은 토지공개념을 담고 있다.

셋째 부자증세를 통해 임대주택 건설 재원마련이 목적이다. 이 전 대표는 " 토지공개념 3법 제·개정으로 확보한 세금의 절반을 균형발전에, 나머지 절반은 청년 주거복지 사업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는 토지 공개념 3개법으로 매물로 나오는 택지와 유휴토지를 ‘토지은행’이 매입, 비축해 현재 33.6%에 불과한 국공유지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토지은행이 비축한 국공유지를 활용해 중산층도 살고 싶어 하는 품질 높은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충하고, 토지임대부 형태의 주택공급도 함께 추진해 현재 7.4%인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OECD 평균인 20%까지 약 3배 정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내집마련 집값 책임제라는 획기적 공약, 그러나 액션 플랜 없어

이 전 대표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치매나 돌봄처럼, 주거도 국가가 책임지는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내집마련을 국가가 책임지는 나라는 싱가포르이다. 싱가포르는 자가 보유율이 90%가 넘고 국민의 80%가 정부가 공급한 저렴한 공공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내 집마련 국가 책임제는 주택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하는 대담한 정책이다.

하지만 이 전대표는 구체적인 방법, 재원마련, 일정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그는 “다 처음으로 집을 장만하려는 분께는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 그 처지에 따른 맞춤형 지원을 크게 확대하겠다. 주택청약에서도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는 등 일반적인 언급만 했다. 구체적 액션플랜은 본선용으로 남겨둔 카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