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선정릉역. 3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지상 13층 오피스텔이 눈에 들어왔다.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1~2인용 코리빙형 공유주택을 공급한 부동산 스타트업 ‘홈즈컴퍼니’가 운영하고 있다. 기존 공유주택과 달리 침실·화장실은 개인공간으로 따로 분리하고 주방 등 공용공간만 같이 쓴다.

지상 1~2층은 상가, 3~12층은 전용 28~34㎡ 규모 1인용 주거공간이 있다. 언뜻보기엔 다른 공유주택과 비슷하다. 하지만 꼭대기층인 13층에는 색다른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약 70평의 널찍한 라운지로, 홈즈스튜디오 입주자 전용 공간이다. 우선 공용 거실, 주방, 업무공간과 함께 세탁실과 트레이닝룸도 있다. 입주자들은 라운지에서 업무도 보고, 커피와 차도 마실 수 있다. 홈즈컴퍼니는 현재 서울 강남·송파·용산 등에서 6개 단지, 200여실의 홈즈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공실률은 5% 안팎이다. 통상 임대주택 자연공실률(10~15%)보다 훨씬 낮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홈즈스튜디오 선정릉'은 8~10평 원룸을 개인 공간으로 제공한다. 총 70평 규모 공용 라운지에는 업무 공간(위 사진)이 있고, 주방(아래 사진)에서는 음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홈즈컴퍼니

홈즈컴퍼니는 프롭테크(부동산 기술) 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우미건설 등으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지난해 매출은 25억원. 창업자인 이태현 대표는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나와 일본 큐슈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성물산에서 근무한 뒤2015년 홈즈컴퍼니를 창업했다. 이 대표는 “젊은층 뿐 아니라 노인층도 1인 가구가 주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겨냥한 집을 전문적으로 개발·운영한다면 좋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다”고 했다.

-1인 가구를 위한 주택의 핵심 노하우는.

“홈즈컴퍼니는 핵심 기술로 AVM(Automatic Valuation Model·자동가치평가모형)을 사용한다. AVM은 사업대상지 반경 500m 이내에 스타벅스·올리브영·다이소·도서관·미용실·맛집 등 1인 가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점수를 매기고, 주변 원룸과 오피스텔 임대료 평균값을 참조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시스템이다. 통상 3~4인용 아파트는 직주근접·역세권·학군 등을 모두 갖춘 곳에 수요가 몰리지만, 1인용 주택은 중심지가 아니더라도 개인이 선호하는 생활 요소가 풍부하면 수요가 몰린다. 여기에 전국 50개 이상 지점을 보유한 잧 중개법인 ‘미스터홈즈' 네트워크를 활용해 저평가된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다.”

-공간 설계에서 핵심적 부분은.

“침실의 경우 채광·환기·수납공간 등 기본 요소를 반영한다. 여기에 기존 입주자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좋은 집의 요소’라고 꼽힌 항목을 추가로 반영해 맞춤 설계한다. 1인 가구가 ‘방’이 아니라 ‘집’에서 산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목표다. 홈즈스튜디오의 공용 라운지가 핵심이다. 공용 라운지는 자체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한 뒤 사용할 수 있다. 이용 빈도를 분석하고 다음 프로젝트 진행시 사용 빈도가 높은 공간은 비중을 늘려 설계한다.”

-코로나 여파로 공유주택이 타격을 받았는데.

“사실이다. 하지만 홈즈컴퍼니는 타격이 거의 없었다. 홈즈컴퍼니는 거실·침실·화장실 등 개인 공간까지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셰어하우스’ 형태가 아니라, 개인 침실은 철저하게 분리하고 공유 라운지는 다른 층에 따로 두는 형태의 주택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1인 가구를 겨냥한 코리빙형 공유주택 '홈즈스튜디오'를 공급한 이태현 대표. /홈즈컴퍼니

-새로운 주택 상품도 준비하고 있나.

“최근 증가하는 디지털 노마드족(노트북 등 디지털 장비를 갖추고 장소를 옮겨다니며 일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홈즈스테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종의 장기 숙박시설이다. 호텔이나 레지던스보다 풍부한 수납 공간을 확보해 1~2개월씩 장기 숙박하기에 편리하도록 설계했다. 현재 서울 충무로, 여의도, 종로 세운지구 등 생활숙박시설 1400여실에 대한 운영권을 확보했다.

교외에는 전원생활 수요자를 위해 단독주택 단지 ‘홈즈타운’ 사업도 추진 중이다. 주택 540가구와 함께 스마트농장을 조성해 자족기능을 갖추고, 공유 공간을 더한 마을 개념이다. 도심형 전원주택 상품도 있다. 아파트와 달리 마당과 루프탑이 있는 형태인데 경남 마산에 3개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목표는.

“미국 ‘질로우’나 일본 ‘미쯔이부동산’처럼 한 기업이 주택 분양·시공·운영·중개 등을 모두 다루는 한국형 종합부동산 회사를 만들고 싶다. 프롭테크 기술 기반으로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