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고가 아파트와 저가 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가 아파트 값이 5억원 가까이 오르는 동안 저가 아파트 값은 오히려 하락한 영향이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린 데다 새 아파트 선호가 맞물려 주택 시장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일 KB국민은행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가격 상위 20% 아파트(5분위)의 평균 가격은 10억4060만원, 하위 20% 아파트(1분위) 평균 가격은 1억1804만원으로 조사됐다. 둘 사이의 격차가 9억2256만원에 달했다. 저가 아파트 8채 이상을 팔아야 고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는 셈이다.

주택 가격 양극화는 문재인 정부 들어 계속 악화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전국 상위 20% 아파트 가격은 5억6078만원에서 10억4060만원으로 85.5% 올랐다. 반면 하위 20% 아파트 값은 1억1837만원에서 1억1804만원으로 되레 하락했다. 그러면서 격차가 4년 전 4억원대에서 올해 9억원대가 돼 두 배 수준으로 더 벌어진 것이다.

전국 주택 ‘5분위 배율'도 8.8배로 관련 통계가 만들어진 2008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아파트 값을 하위 20% 아파트 값으로 나눈 것으로, 숫자가 클수록 둘 사이의 격차가 크다는 의미다. 2017년 5월에는 가격 격차가 4.7배에 불과했지만 작년 9월(8.2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 4년간 경기도, 6대 광역시, 기타 지방까지 모두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가격 차이가 커졌다. 다만 서울은 고가 아파트뿐만 아니라 저가 아파트 가격도 무차별적으로 오르면서 지난달 5분위 배율이 4.1배로, 4년 전(4.2배)보다 미미하나마 줄어들었다. 고가 아파트 값이 11억9528만원에서 21억4614만원으로 79.5% 오르는 동안, 저가 아파트 값은 2억8436만원에서 5억2124만원으로 83.3% 급등한 탓이다. 절대적인 상승액 자체는 고가 아파트가 더 크지만, 상승률로만 따지면 저가 아파트가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지난해 ‘패닉바잉’ 현상과 함께 중저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북 지역으로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