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 전경. /고운호 기자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사상 처음으로 6억원을 돌파했다. 작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을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도입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29일 KB국민은행이 공개한 ‘월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562만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당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6억708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4년 전만 해도 6억원이면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살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전셋집 얻기도 빠듯해진 것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작년 8월 처음으로 5억원(5억1011만원)을 돌파한 뒤 7개월 만에 1억원가량 더 올랐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원에서 5억원으로 오르는 데는 4년 5개월(2016년 3월~2020년 8월)이 걸렸는데, 다시 1억원이 더 오르는 데 불과 7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7월 주택임대차법을 개정할 당시 정부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법 개정 후 서울에선 전셋집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수급 불균형으로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았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아파트 매매 가격까지 밀어 올려 작년 하반기에 서울·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임대차법 개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 서민들의 주거 부담만 폭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6억원을 넘은 것은 작년 하반기의 기록적인 급등세 탓이다. 임대차법 개정 후폭풍으로 작년 9월 2.09%가 오르더니, 11월엔 2009년 9월 이후 월간 최고인 2.77%나 치솟았다. 작년 7월 이후 올해 3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3.5% 올랐다. 송파구가 19.5%로 가장 많이 올랐고, 노원(16.8%)·성북(16.4%)·동대문구(15.1%) 등도 평균을 웃돌았다.

아파트값도 계속 오르고 있다.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10억9993만원으로 지난달(10억8192만원)보다 1801만원 올라 11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구) 평균 아파트값(13억500만원)은 처음으로 13억원을 넘겼다. 경기도 평균 아파트값(4억9972만원)도 역대 최고치로 다음 달 5억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다만 최근 들어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거래가 줄고 매물이 늘면서 매매·전세 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 발표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보다 0.8%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 아래로 내려간 것은 작년 6월(0.35%) 이후 9개월 만이다. ‘2·4 대책’ 등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자 수요자 사이에서 ‘시장 변화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확산한 영향이다.

주간 단위 통계를 살펴보면 이 같은 추세가 보다 뚜렷하게 확인된다. 지난달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 주간 상승률은 0.26%였지만 이달 22일 기준 상승률은 0.11%로 줄었다. 전셋값 상승을 주도하던 강남구는 0.1% 하락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최근 전세 호가가 최고가 대비 1억원 넘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