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공공재개발 후보지인 서울 흑석2구역 모습./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도심 주택 공급 핵심 대책인 공공(公共) 재개발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15일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시내 8곳 중 가장 알짜로 평가받는 동작구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가 정부가 제시한 인센티브로는 사업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27일 공공 재개발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가 설 전에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공급 대책의 상당 부분이 역세권 고밀(高密) 개발 등 민간 참여가 필수다. 흑석2구역 같은 사례가 더 나오면 정부가 기대한 공급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진식 흑석2구역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하면서 “정부가 제안한 공공 재개발 용적률과 분양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자체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고 판단해 주민 동의 절차를 포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흑석2구역 추진위원회는 당초 예상보다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약하다는 입장이다. 용적률(토지 면적 대비 층별 건축 면적의 총합)을 최고 600%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부 제안은 ‘최고 450%’였다. 일반 분양가 역시 3.3㎡당 3200만원으로 추진위원회가 기대했던 수준(400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이 위원장은 “3.3㎡당 4000만원을 받아도 주변 시세보다 20% 넘게 싸다”고 말했다. 2019년 입주한 인근 ‘아크로리버하임’ 전용면적 84㎡(공급 면적 34평형)의 시세(KB부동산 기준)는 평당 4926만~5705만원 수준이다. 흑석2구역 추진위 입장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공공 재개발 시범 사업지의 사업 조건은 아직 협의 중인 사안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8·4 공급 대책’을 통해 서울에서 공공 재개발로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시범 사업지를 모집하면서 용적률을 법정 한도의 1.2배까지 허용하고 분양가 상한제도 면제해주는 ‘당근’을 제시했다. 재개발 사업지 70여 곳이 공모에 참여했고, 정부는 우선 8곳을 시범 사업지로 선정했다. 8곳 중 흑석2구역이 총 1310가구(재개발 후 기준)로 가장 규모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