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 사이 구간인 용산구 한강로 2가 서쪽 뒷골목. 최근 2~3년새 젊은 셰프(요리사)가 운영하는 맛집과 카페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연남동과 성수동에 이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용산역 앞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촌에 자리잡아 이른바 ‘용리단길’이란 별칭도 붙었다.

삼각지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1분만 걸어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독특한 노출 콘크리트와 검은색 벽돌로 마감한 지상 4층 빌딩이 눈을 사로잡는다. 건축주는 ‘더 블랙 플레이스(The Black Place)’라고 이름 붙였다. 지난해 말 공사가 끝나 준공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땅집고건축의 파트너 회사인 '리슈건축' 홍만식 소장이 설계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지은 지상 4층 규모 수익형 빌딩 '더 블랙 플레이스'의 외관과 건축물의 단면·입면도(오른쪽). 검은색 벽돌로 외관을 마감해 세련미를 높였고, 지하층부터 각층에 테라스 공간을 넓게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리슈건축·사진작가 김재윤

◇”건축주대학에서 배운 지식 실제 건축에 잘 써먹었죠”

더 블랙 플레이스를 지은 건물주는 땅집고가 운영하는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 8기 수강생 A(63)씨다. 그는 2년여 전 용리단길 상권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 본 끝에 487㎡ 규모 땅을 매입했다. 이 땅에는 2층 단독주택이 있었다. 그는 새 건물을 짓고 싶었다. 모든 지인과 인터넷을 뒤져가며 건축 방안을 찾았다. 하지만 인맥과 검색만으로는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땅값과 건축비까지 포함하면 수십억원을 투자하는데 건축가 말만 믿고 섣불리 결정하기 쉽지 않았던 것. 그는 ‘무작정 짓기보다 건축이 뭔지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땅집고 건축주대학의 문을 두드렸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건축가, 시공사 대표, 상업용 부동산 임대 전문가, 세무사로부터 실전형 건축 강의를 들으며 A씨는 눈이 번쩍 띄였다. 점차 자신이 원하는 건축 구상을 명확하게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이후 땅집고 건축주대학을 수강하면서 좋아했던 인기 강사인 홍만식 리슈건축 대표에게 설계를 의뢰하고 본격적인 건축에 들어갔다. 건물 디자인은 물론 수익성까지 꼼꼼히 따져가며 설계했다. 작년 상반기엔 땅집고건축 매칭시스템을 통해 ‘가드림’을 시공사로 선택하고 연말에 공사까지 순조롭게 마쳤다. 홍 대표는 “건축주가 땅집고 건축주대학을 수강한 덕분에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면서 “건축 과정에 건축주 의견도 적극 반영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대표는 건축물 자체 완성도가 높아 용리단길에서 랜드마크 빌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전용 콘텐츠 풍부…돈버는 건축에 초점

2017년부터 시작한 조선일보 땅집고 건축주대학은 지난해까지 15기 수강생을 배출하며 국내 최고 실전형 건축 강좌로 자리잡았다. 땅집고 건축주대학은 단순한 집짓기 기초 교육이나 건축 인문학 강의가 아니라 ‘돈 버는 건축’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중소형 빌딩과 근린생활시설, 임대용 주택(다가구·다세대·상가주택 등)을 지어 수익을 올리는 실전 노하우를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다. 커리큘럼 역시 ▲공실 없이 수익률 높이는 건축 기획과 설계 노하우 ▲시공 견적서와 계약서 제대로 보기 ▲하자를 줄이는 현장 시공 ▲투자에 적합한 입지 분석과 최근 임대시장 트렌드의 이해 ▲건축을 활용한 상속·증여 전략 등 100% 실무형 강의로 구성돼 있다.

이미 700명이 넘는 수강생이 거쳐갔고, 많은 수강생이 실제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수강생 강의 만족도가 높고 입소문도 퍼지면서 대부분 강의는 조기 마감된다. 최한희 땅집고 건축주대학 운영사무국장은 “막연히 ‘건물을 짓어야겠다’는 구상만 갖고 수강한 예비 건축주들이 강의가 끝날 때쯤이면 ‘나는 어떤 건물을, 얼마에 짓고, 예상 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잡고 있다’고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땅집고는 국내 중소형 건축 분야에서 실제 설계와 시공, 컨설팅, 세무사로 현업에서 활동하는 있는 최고의 전문가 중에서 꼼꼼한 검증을 거쳐 건축주대학 멘토로 선발한다. 강의 중에선 건축가와 함께 공사 현장, 이미 지은 건물을 찾아가 설계 기법과 시공 방식, 수익성 분석 노하우를 배우는 건축 현장 강의(매기당 3회)가 가장 인기가 높다.

지난해 초부터 건축주대학 수강생 중 30~40대 비중이 높아졌다. 최 국장은 “부동산 호황기에 자본을 마련하거나 상속·증여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젊은 건축주들이 건축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수강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21년 건축주대학 첫 강의는 오는 2월 16일부터 시작한다. 현재 16기 과정 사전 신청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