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이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한 달 사이 절반 넘게 줄었다. 7월 말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면서 ‘전세 낀 매물’의 거래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개정 여파로 전셋값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매매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근 3개월 지역별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880건으로 7월(1만6002건)보다 57% 감소했다. 김광석 리얼하우스 대표는 “계약갱신청구권제 도입으로 전세 낀 아파트 매매를 꺼리는 영향이 있다”며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도 기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가뭄’은 9월 들어 더 심해지고 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계약일 기준)는 620건에 불과하다. 계약 후 30일 이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거래량은 더 늘겠지만,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하면 월간 매매량이 1000건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역대 서울에서 월간 매매거래가 가장 적었던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11월(1163건)이다.

극심한 ‘거래 가뭄’에도 서울 집값은 내리지 않고 있다. 간간이 성사되는 매매 거래가 신고가(新高價)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59.9㎡는 지난달 17일 역대 최고인 15억원에 팔렸다. 비강남권 20평대 아파트가 주택담보대출이 불가능한 15억원 선에 도달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서울 등 수도권에 ‘전세대란’ 조짐이 나타나는데, 전셋값이 받쳐주고 있으니 거래 급감에도 서울 집값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