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기관도 다 파는데, 왜 외국인 투자자들만 사는 거예요?”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14조401억원에 달했다. 작년 한 해 순매수액(11조4241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23% 하락한 2748.56에 마감했지만, 외국인은 6649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34.1%로 상승했다. 2022년 1월 26일(34.2%)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1년 전만 해도 외국인 보유 비율은 코스피 시총의 30%대 초반까지 떨어졌었다.

그래픽=김하경

외국인이 올해 가장 많이 산 주식은 삼성전자로, 순매수액은 3조5445억원이다. 이어 현대차(2조2080억원), SK하이닉스(1조3604억원) 등의 순이다. 외국인들의 금융주 사랑도 뚜렷했다. 6위 KB금융 6216억원, 9위 우리금융지주 3329억원, 10위 삼성생명 3258억원 등 3종목이 순매수 톱10에 들었다.

외국인 바이코리아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꼽힌다. 첫째,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재확인하면서 달러 약세를 대비한 대안으로 한국 주식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주요국 증시 가운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지 않은 나라는 중국과 한국 정도다. 중국은 미·중 갈등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외국인들에게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부각된다는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미국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달러가 약해지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밖 주식을 사야 유리하다”고 말했다.

둘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게다가 원화까지 강세를 보일 경우 외국인들은 주가 상승뿐 아니라 환율로도 이익을 볼 수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매출 증가와 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업종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셋째, 한국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밸류업(기업 가치 개선)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외인 자금을 모으는 요인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이 잘 이뤄지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임동락 한양증권 여의도PWM센터 부장은 “일본에서 증시 부양책이 성공했다는 학습 효과를 얻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도 공격적인 매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량주 위주로 담는 과정에서 특히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매수세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