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특별시립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연합

“현재 전국적 독감 유행! 단돈 1만원, 100만원 보장!. 11월엔 축소됩니다. 서둘러 가입하세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올해 가을, 전국적으로 독감(인플루엔자)이 유행하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독감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감 보험은 최저 월 1만원대 보험료로 독감 확진 시 보험금을 최대 100만원까지 주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독감에 걸려 치료를 받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특약을 다음 달 11일까지 한시적으로 판매한다. 보험 가입 기간 안에 독감 진단을 받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은 경우, 연 1회에 한해 보험금을 주는 식이다. 해당 특약을 포함해 6~7가지 담보를 묶어 판매하는 종합보험의 월 보험료는 성인의 경우 2만원대 수준이다.

일부 설계사들은 “독감 보험이 이번 달 말 절판될 수 있다”, “11월부터는 50만원으로 보장이 축소될 수 있다”며 ‘절판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하루 평균 3000여 명이 해당 상품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감 치료비 특약은 지난 2020년 삼성화재가 보험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현재 독감 치료비 5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보험사에서는 이를 단품이 아니라 건강보험이나 어린이보험 등에 특약 형태로 끼워서 판매한다.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독감 보험이 보험사 수익에 크게 도움되는 상품은 아니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그런데도 회사들이 최근 독감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뭘까.

한 손보사 관계자는 “마스크 의무화가 해제된 이후 독감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관심이 많은 담보를 기존 상품에 특약 형태로 끼워 넣기 시작한 것”이라며 “일종의 ‘판촉용 미끼 상품’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종신보험 인기가 뚝 떨어지고, 손해보험 대표 상품인 자동차보험도 포화인 상태에서 독감 보장이 질병 보험 관련, ‘새로운 먹거리’로 조명된 측면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운전자 보험에서 교통사고 시 변호사 선임 비용 보장 특약을 내걸고 고객 유치 경쟁을 벌인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은 올 상반기 운전자 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되자, 불필요한 변호사 선임을 조장하거나 선임 비용을 부풀려 보험 가입 금액을 높이지 말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독감 보험에 대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일부 보험 가입자들이 과잉 진료를 통해 실손보험금을 타내는 것처럼, 독감 보험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상에서는 “애가 독감 걸렸는데 마스크 쓰지 말까봐요. 그냥 같이 걸리면 100만원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같은 질문이 심심찮게 보인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실제 그럴 가능성은 낮게 본다. 보험사들이 면책 기간(보험 가입 후 보험금을 주지 않는 기간)을 7일로 두고 있어 증상이 발현된 후 바로 가입해도 시차가 꽤 있는 데다, 보험금 지급 횟수를 연 1회로 설정하는 등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