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특판 예적금이 나오는지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9월 새마을금고에서 가입한 특판 적금의 1년 만기가 돌아와 1500만원이 넘는 목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가 가입할 당시 까다로운 우대조건이나 월 불입 한도 제한 없이 연 7% 금리를 줘서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서 ‘가입 대란’이 났던 적금이었다.

김씨는 “1년 전엔 고금리 상품이 많아 어떤 상품을 들까 행복한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난다”며 “올 초부터는 금리가 푹 꺼졌지만 요즘 다시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이 하나둘씩 나오는 것 같아 조금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이 나오길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작년 9월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고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연 5~6% 고금리 특판 예적금을 앞다퉈 출시해 시중 자금을 끌어들였다. 여기에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도 가세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11월 3개월 사이 불어난 금융회사 정기예금은 116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제 작년 하반기 금융회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특판 예적금 중 만기 1년인 상품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예금족’들은 또다른 고금리 특판 상품을 찾아나서고 있다. 금융회사들도 슬금슬금 고금리 미끼 상품을 내놓고 있다. 금융 당국은 금융권에서 다시 고금리 수신 경쟁에 불이 붙을 것에 대비해 모니터링에 나섰다.

그래픽=백형선

◇꿈틀거리는 예금 금리

실제 최근 금융권 수신 금리는 연 4%대를 넘보며 꿈틀거리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에선 연 4%대 예금이 나왔고,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 역시 특판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은 최고 연 4.15%의 금리를 제공한다.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연 4.10%), DGB대구은행(연 4.05%), SH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연 4.02%),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연 4.0%) 등이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4%대 금리를 내세우고 있다.

제2금융권도 고금리 특판에 나섰다. 눈에 띄는 곳은 지난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에 놓였던 새마을금고다. 새마을금고들은 최근 연 5%대의 특판 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충청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은 연 8%의 특판 적금을 내놓기도 했다. 연 8% 특판 적금이 시중에 다시 등장한 것은 약 10개월 만이다.

인터넷은행들도 예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케이뱅크는 최근 1년 이상 만기 ‘코드K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기존 연 3.8%에서 연 4.0%로 0.2%포인트 올렸다. 이 상품 금리가 4%대로 올라선 것은 1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모니터링 강화하는 금융 당국

예금 금리가 오르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은행권의 수신 경쟁으로 자금 조달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 역시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온 예금을 돌려주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당기면, 은행채 쏠림 현상으로 다른 채권들 금리가 더 크게 오르는 등 채권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말까지 은행권 조달 환경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작년 고금리 때 조달한) 예금 만기가 대거 도래해 서민금융기관을 포함한 금융권 전반의 수신 환경과 은행채 발행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금융 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을 불러 다음 달 중순부터 자금 재유치 상황과 금리 수준을 매일 보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제2금융권의 특성상, 지나친 금리 경쟁으로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어 이를 점검하겠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금융권이) 가계대출 확대, 고금리 특판 예금 취급 등 외형 경쟁을 자제하고 연체율 등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