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하락세를 길게 이어가고 있다. 달러가 다시 강세이고, 시중금리도 오르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연초에 금값 강세를 예상했던 투자자들은 고심에 빠졌다.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은 금 가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은 달러 약세가 되면 대체 투자처로 각광받는데, 달러 강세가 되면 거꾸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금리가 오르면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론 현금 흐름이 나오지 않는 금을 갖고 있을 이유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된다.

16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가격은 전날보다 0.36% 떨어진 온스당 1928.3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10일(1931달러)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금 가격은 8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이는 2017년 3월 이후 6년 만에 가장 긴 하락세다.

그래픽=양진경

◇금 ETF에 360억원 몰려

작년 강(强)달러 국면에서 11월 온스당 1600달러 선까지 떨어졌던 금 가격은 올 들어 회복되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속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4일에는 온스당 2055.7달러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가를 찍었다. 당시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월가에선 금 가격이 온스당 2300달러까지 추가로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에 금 투자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 유일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인 ‘ACE KRX(한국거래소) 금 현물 ETF’에 올 들어서만 366억원이 유입됐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가 산출·발표하는 ‘KRX 금현물 지수’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퇴직연금 계좌에서도 투자가 가능해 개인 투자자 관심이 쏠렸다.

◇다시 온 강달러는 금값에 악재

그러나 5월 고점을 찍은 후 최근 약 3개월간 금값은 1900달러 안팎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게다가 최근 금 가격에 악재로 작용할 만한 상황들이 겹쳤다.

먼저 국제 금 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지난달 산업생산과 소매 판매 등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시 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있고, 채권 금리도 치솟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금리 인상이 곧 종료되고, 중국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달러도 약해졌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16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5년 만의 최고치인 4.258%를 기록했다. 주요 6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4일부터 103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 달 사이 달러 가치는 약 3% 높아졌다. 이런 흐름 속 금 가격이 조정받고 있다.

‘ACE KRX금현물 ETF’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9%대이지만, 금값이 높던 지난 5월과 비교하면 -5%다. 올해 원자재 ETF 중 넷째로 많은 자금이 몰린 ‘TIGER 골드선물 ETF(21억원)’의 경우 연초 대비 수익률이 1%도 되지 않는다.

거꾸로 달러 ETF의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수익률 상위 상품 중 ‘KB STAR KRX300미국달러선물’은 연초 대비 수익률이 27%에 이른다. ‘KOSEF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와 ‘TIGER 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는 각각 연초 대비 14%, 13% 수익률을 거뒀다.

◇“금 가격은 달러 방향에 의존”

다만, 현재 금융시장 분위기가 바뀌면 다시 국제 금값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즉,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 분위기가 생기고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 대체 투자처인 금이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15일 헤지펀드 리버모어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노이하우저 설립자는 CNBC 인터뷰에서 “(금 가격에 대한) 나의 목표는 2024년 말까지 2500달러”라며 “이는 경기 침체가 올해 말부터 시작돼 내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 연준이 내년 6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경제가 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예단하면서 몰빵 투자를 하기보다는 금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걸 고려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