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변호사가 필요한 경우는 가능한 한 없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사가 항상 내 뜻대로 돌아가진 않는다. 제아무리 법 없이 살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도 이런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필요할 때가 생긴다. 이 세상에서 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무인도에 사는 사람뿐이다. 그런데 실력 있는 좋은 변호사를 만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민사소송에서 변호사비는 소가(訴價)가 얼마냐, 사건이 얼마나 복잡하냐 등에 따라 달라진다. 100만원 이하도 있지만 일반적인 개인 간 다툼은 300만~500만원선이고 성공 사례비가 별도로 붙는다.

보통 상담료는 사무장이 아닌 변호사와 직접 해도 30분 정도에 5만~10만원 선이고, 선임을 하면 이미 낸 상담료는 선임비에서 차감해 준다. 여러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도 권한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변호사는 판결보다는 조정이나 화해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조정이나 화해는 원고와 피고가 구두로 협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조정위원이 하는 역할은 미미한 경우도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분쟁에서는 빛을 발하기도 한다. 따라서 수임 계약을 할 때 승소가 아니라 조정이나 합의에 의해 소송이 끝나면 성공 사례비는 없거나 할인받는 조건으로 진행하길 추천한다.
2005년에 등장한 로마켓(Law Market)이라는 플랫폼에서는 변호사 개개인의 신상 정보, 지난 10년 간의 승소율, 전문성 지수, 인맥 지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당시 상당히 인기가 많았으나 변호사들이 난리를 치면서 민사소송 및 형사고소로 이어졌고 결국 폐쇄되었다. 인맥 지수는 재판부 판사와 고등학교·대학교·사법연수원 등을 같이 나온 변호사를 찾아주는 것이었고, 승소율은 각 변호사가 맡았던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가 몇 번이나 있었는지 한눈에 보여 주었다.

민사소송은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 하는 변호사들끼리의 다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형사소송은 변호사가 판검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이라서 사건 내용에 따라 보수가 크게 달라진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변호사 입장에서 적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사건은 민사소송이 아니라 형사소송이다(내가 낸 세금 등을 돌려 달라는 식의 행정소송은 소가에 좌우된다).

피고인이 교도소에 들어갈지, 들어가면 얼마나 오래 갇힐지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재력 있는 피고인은 돈보따리를 수억이건 수십억이건 기꺼이 풀려고 한다. 급한 마음에 판검사 고위직에 있다가 최근에 나온(이른바 전관 출신) 변호사도 선택하게 된다.

즉 돈 주는 사람은 “저 사람이 선후배 인맥을 동원해서 내 사건 관련 검사에게 압력을 넣거나 판사에게 영향력을 발휘하여 내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거액을 제시하는 것이다. 절대로 저 사람이 다른 변호사들보다 더 똑똑하다거나 유능하다거나 해서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을 돕고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그는 전관예우 등을 계기로 남욱 변호사 사건을 맡았다. 변호사비 명목으로 5000만원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불법 정치자금이었다며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뉴스1

이런 심리에 편승하여 전관 출신들 중 일부는 자기 파워를 은연 중에 과시하며, 때로는 맨입으로 세금계산서 한 장 발행하지 않고서 거액을 받아낸다.

전관예우에 대한 기대감으로 피의자들이 지갑을 여니까, 전직 대법관이나 검사장 출신이 변호사 개업을 하고 나서 단 몇 달 만에 수십억을 버는 일이 흔한 것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 중 한 명은 부장검사 출신인데 나이 예순에 70억원 정도의 재산을 갖고 있었고 세금은 별로 내지 않았다. 하지만 피의자가 거의 속아서 크게 바가지를 쓴 것으로 보이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에 나온 대법원 보고서에 따르면(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법조 관련 종사자 139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검사는 42.9%, 변호사는 75.8%가 전관 예우를 인정했다. 판사들조차 23.2%가 전관 변호사 특혜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검사의 15.9%는 전관 변호사가 개입되면 기소와 불기소 여부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판사의 13.3%는 전관 변호사가 형사재판의 결론을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왜 그럴까? 같이 일하던 선후배 관계니까 그렇다.

일반적으로 판검사직 퇴임 1년 미만인 변호사의 수임료가 가장 비싸다. 퇴임 전 같이 일했던 판검사들이 소송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퇴임 1년 이상이 되면 수임료가 떨어진다. 매년 인사 이동과 함께 새로운 퇴임자가 나올 뿐만 아니라, 같이 일했던 동료 판검사들이 다른 곳으로 갔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판검사가 선후배 관계라고 해서 비싼 돈 주고 선임했더니 재판 중에 그 선후배 판검사가 다른 판검사로 교체되는 경우도 자주 있다.

전관예우 관행을 없애고자(또는 없애려고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지난 2011년에 변호사법 제31조 제3항에서 판검사 출신 변호사는 퇴직 이전 1년 이상 근무한 곳에서의 사건은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명시하였다. 하지만 그 법 조항은 어겨도 형사처벌 벌칙은 없는 ‘허수아비법’일 뿐이며, 그것마저도 빠져나가는 수법이 있는데 생략한다.

어쨌든 전관예우 관행을 현실성 있게 차단하고자 변호사법에서 수임 제한 기간 1년을 2년으로 늘리고, 변호인 선임계 제출 없이 하는 ‘몰래 변론’에 대해서는 형사 처벌하자는 개정안이 2016년에 발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에서 별다른 주목도 크게 받지 못한 채 시간만 끌다가 폐기되었다.

2021년에도 수임 제한 기간 1년을 최대 3년으로 늘리고 ‘몰래 변론’을 형사처벌 하자는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후 국회에 제출까지 되었으나(조선일보 2021.6.30) 마찬가지로 폐기되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초록은 동색이어서(草綠同色) 그렇지 않을까?

마약 4종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은 과거 검찰에서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수사를 담당했던 마약통 출신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사진은 지난 3월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유아인./연합

그렇다면 현직에 남아 있는 똑똑한 일부 판검사들은 아무리 선후배로 같이 근무했다 할지라도 어째서 이미 퇴직한 사람들의 변론에 귀를 기울이는 것일까?

그 퇴직자의 현재가 자신의 미래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심을 모두 던져버리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는 것이 내 믿음이다. 즉 아무리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였다 할지라도 그 효과가 발휘되려면 법적으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확실한 근거만 있다면 굳이 비싸기만 한(사무장들이 턱없이 비싸게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전관 출신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갖가지 소송을 수십 번 직접 해 봤던 나는 변호사보다는 사실 관계를 더 중시한다.

약 15년 전 서울청 조사4국(주로 재벌기업 담당)은 내 사업장을 세무사찰(비정기 세무조사)한 뒤 해당 사업장이 있던 지역 시청에 70억원 규모의 부동산 실명법 위반 사실을 통보했다. 시청은 그 통보에 따라 경영인이었던 나를 경찰서에 고발하였다. 그래서 소환장을 받고 불려가 조사를 받았고 ‘증거불충분’ 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시청이 검찰에 재고발하는 바람에 지방 검찰에 불려가 또 조사를 받았는데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으로 나왔다. 시청이 항고해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또 조사를 받았고, 결과는 다시 ‘항고기각’이었다.

그러자 시청은 대검찰청에 재항고하였는데, 대검찰청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된 행정소송(부동산 실명법 위반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 소송) 1심에서 그 당시 내가 절반만 승소하였기에 수상하다는 이유로 다시 사건을 지방 검찰로 넘겼다.

나는 또 지방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는데 역시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이번에는 시청에서 더 이상 액션을 취하지 않아서 ‘혐의없음’으로 확정되었다. 검찰 조사가 종결되기까지 약 2년 반이 걸렸다.

그렇다면 내가 이때 전관 변호사를 고용했을까? 아니다. 사실 관계만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가 내가 직접 서류를 작성하고 설명했다. 그런데 왜 시청에서는 그렇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을까? 다른 일로 인하여 내가 미운털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뉴스1

유명 대형 로펌은 어떨까? 10여년 전 그냥 가볍게 알던 어느 주한 외국 대사 한 명이 갑자기 친한 척하며 나를 대사관저에 저녁 식사 초대를 하였다. 식사 후 웬 서류 보따리를 내놓았는데, 건물 매매 건이었다. 대사관에서 사용하려고 부동산을 200억 가까운 돈을 주고 매입했는데, 소유권 등기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서류를 보니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이 계약 초기 단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부동산은 6년 전 부부가 매수하면서 매입 등기를 하는 동시에 명의를 신탁회사로 돌려 놓았고, 신탁회사 동의 하에 대출을 받았으나 등기부에서는 그 대출 내역이 나오지 않았다.

소유권 명의자인 신탁회사가 매매 계약의 매도자로 나오거나 당사자로 참여했어야 하는데, 정작 계약서에는 매도인 부부 2인, 매수인 대사관만 나와 있었다. 즉 등기 명의를 갖고 있는 신탁회사를 무시하고 매도인과 매수인이 자기들끼리 돈을 주고 받는 형태였다.

물론 매도인(부부)이 매수인(대사관)에게 돈을 받아 신탁 해지에 필요한 비용을 신탁회사에 주고 등기 명의를 대사관으로 넘기는 것이 ‘동시이행’으로 명시되어 있긴 했다. 하지만 매수자가 돈을 갖고 매도인을 쫓아다니며 확인하지 않는 이상, 이행의무가 잘 지켜졌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된다<아래 사진 참고>.

외국인이나 외국 법인과의 계약은 영문으로 작성하며 번역문을 추가한다. 영문 계약서에는 '영문 계약과 한글 계약 사이에 이견이나 충돌이 있으면 영문 계약에 따른다'는 문구가 들어간다. 한글로 뭐라고 써 있건 간에 영문이 우선이다. 사진은 대형 로펌이 작성한 부동산 매매 영문 계약서./세이노 제공

결국 매도인 부부는 잔금까지 모두 다 받고 신탁 말소도 전혀 하지 않은 채 미국으로 도망쳤다. 내 조언은 대사관에서 사용하는 부동산은 치외법권이므로 계속 점유 가능하다는 점과 매매 계약서를 잘못 작성한 대형 로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검찰에 그 부부를 고소하는 것 등이었다. 대사관은 이 문제를 풀기까지 4년 정도 걸렸다.

대형 로펌이라고 해서 무조건 신뢰하지 말고, 담당 변호사 개인의 경험과 역량을 확인해야 한다(신탁명의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신탁원부를 가까운 등기소에 가서 발급받아 그 내용을 확인하여라. 인터넷으로 발급 대행을 해 주는 업체도 있다).

💥수십 번의 소송 경험자로서 내가 들려주고 싶은 조언은 이렇다. 어떤 소송이건 간에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다. 변호사를 찾아가기 전에 먼저 사실 관계부터 정리해서 꼼꼼하게 글로 적어놓고 반대 입장에 서서 살펴봐야 한다. 절대로 입으로만 설명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래야 논리를 제대로 전개시킬 수 있다. 물론 당신 스스로가 먼저 양심상 떳떳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 내용은 <세이노의 가르침> 도서 본문 중 ‘좋은 변호사를 만나려면’ 항목에서 차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