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최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여유 자금을 입금하고 나서 살짝 후회했다. 지난 1월에는 연 4%대 금리의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는데, 최근엔 모두 3%대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해 IRP 세액공제 한도가 900만원으로 늘어서 여유 자금을 미리 조금씩 넣어두고 있는데 연 4%대 금리 상품을 놓친 것은 좀 아쉽다”고 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떨어지기 시작한 주요 은행의 퇴직연금 정기예금 금리는 2~3월에도 낮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월에는 연 4.3%였다가 지난달에는 연 3.47%로 떨어졌고, 이달 들어서도 연 3.4%로 소폭 하락했다. 퇴직연금에서 가입할 수 있는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월 단위로 변경된다. 지난 1월만 해도 연 4%대였던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3%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보다 정기예금 금리가 많이 낮아졌지만, 당장 내년이 되면 지금 수준 금리 상품도 찾기 어려울 수 있으니 지금이라도 여유 자금을 정기예금에 넣어두라”고 조언한다.

◇연 3% 금리라도 좋은 투자처

작년 말에는 IRP에서 가입할 수 있는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금리가 연 4%대 후반이나 5% 초반까지 올랐었다.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5.01%였다. 그런데 올 들어서는 계속 금리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시장금리(채권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금융사들이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영향도 있다.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의 금리가 장기 상품보다 더 높은 것도 향후 금리 하락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만기가 길수록 자금이 오래 묶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인데, 5년 만기 상품은 연 3.3%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연 3%대 금리 정기예금은 여전히 좋은 투자처”라는 입장이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내년이나 그 이후에는 연 3%대 금리 정기예금도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만기 3년 정도 정기예금에 투자하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연금 투자법”이라고 했다.

◇세액공제 한도 900만원으로 늘어나

올해 IRP의 세액공제 한도가 늘어난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IRP 세액공제 한도는 지난해 700만원에서 올해 900만원으로 늘었다. 예를 들어서 연급여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지난해 IRP에 700만원을 입금했다면 올해 연말정산에서 115만5000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 900만원을 IRP에 입금하면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148만5000원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가서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기 위해 한 번에 목돈을 IRP에 입금하기보다는 평소에 여유 자금을 IRP에 넣는 것을 추천한다. 금리가 높은 정기예금 등에 미리 돈을 넣어두면 조금이라도 전체적인 수익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넣어둔 여유 자금으로 타깃 데이트 펀드(TDF)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분할 매수하는 것도 또 다른 투자법이 될 수 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고금리로 인해 급등한 금리가 길게 보면 다시 과거 수준으로 점차 회귀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주식과 채권도 점진적으로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며 “투자 시점을 정확히 잡아내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국내외 대표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ETF 등을 조금씩 분할 매수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