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해 1분기(1~3월) 보고서에 ‘소액 주주 수’에 관한 항목이 사라졌습니다. 삼성전자 소액 주주 수는 그동안 분기나 반기, 연간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꾸준히 공개돼왔는데, 이번 분기보고서에서 예고 없이 빠진 것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기업공시서식 작성 기준이 개정되면서 분기보고서 작성이 간소화됐기 때문에 소액주주 항목을 없앤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원래부터 분기나 반기보고서에 소액주주 수를 공개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공시 규정에 따르면 소액주주 수에 큰 변동이 없을 경우 분기나 반기보고서에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연간 단위로 작성하는 사업보고서에는 소액주주 현황이 들어가야 합니다. 실제 현대차 등 상당수 대기업은 그동안 분기보고서에 소액 주주 수를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삼성전자는 이제까지 ‘자발적’으로 소액주주 수를 공개하다가 이번에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처럼 분기·반기보고서에 소액주주 수를 꾸준히 공개해온 카카오는 올해 1분기 보고서에도 소액주주 수를 공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그간 소액주주 수가 꾸준히 늘면서 ‘국민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8년에 한 주를 50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하면서 주주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났습니다. 2017년 말 14만4283명이었던 소액주주는 2018년 말 76만1374명이 됐고, 지난해 9월 말에는 518만8804명으로 500만명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에는 소액주주 수가 506만6351명으로 9월 말에 비해 12만명가량 줄었습니다. 증권가에선 2020년 말 8만10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해 말 7만8300원 선으로 떨어지자 소액주주들이 실망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올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6만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1분기 개인 소액주주 수는 증가했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개인 소액주주는 지난 3월 말 기준 546만5951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하지만 소액주주가 늘어난 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졌습니다. 작년 1월에 장중 9만6800원까지 올랐던 주식이 올 들어서는 6만원대로 추락하면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미묘한 시기에 소액주주 현황을 비공개로 전환하자 “삼성전자가 국민주라는 타이틀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