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바닥이 어디인가요?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요?”

27일 전국 증권사 지점에는 패닉에 빠진 개인 투자자들의 ‘살려달라’는 전화가 빗발쳤다. 국내는 물론 해외 증시까지 모두 주가가 하락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영업점 직원들은 예상치 못한 주가 급락에 당황하면서 고객들의 질문을 받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5% 내린 2614.49에 마감했다. 지난 2020년 12월 3일(2696.22) 이후 13개월 만에 27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도 3.73% 급락해 849.23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20년 11월 17일(839.47) 이후 최저치다.

한국 증시가 급락한 27일,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화제가 된 사진. '그 동안 코스피, 코스닥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스피 폐점 할인행사 최대 50%, 코스닥 폐점 안내'라고 적혀 있다.

이제 2600선마저 위태롭게 된 코스피는 이달 들어서만 12% 빠졌다. 이는 1월 수익률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급습했던 지난 2008년 1월(-14%)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한국거래소가 통계를 취합할 수 있는 1988년 이후 자료로 살펴 봐도, 1월 등락률 기준으로 2022년 1월은 역대 2위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물론 1월 하루 남은 거래일인 28일 또 급락하면 역대 1위에 오를 지도 모른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코스피는 12% 하락했는데 코로나 위기가 한창이었던 2020년 3월(-11.7%)과 미중 무역갈등이 심했던 2018년 10월(-13.4%)만큼 투심이 최악”이라며 “미국 FOMC 회의 이후 긴축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다른 아시아 증시도 마찬가지이지만, 한국보다 펀더멘탈이 좋다고 보기 어려운 동남아 증시는 이날 약보합권에 마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대만 자취안지수는 -0.15%, 싱가폴 증시는 -0.35%, 베트남 호치민 증시는 -0.7%였고, 말레이시아(0.02%)와 인도네시아(0.16%)는 상승 마감했다.

허 연구원은 이날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 증시만 유독 나빴던 이유로 시가총액 118조원짜리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꼽았다. 그는 “LG엔솔은 시가총액이 118조원이나 되는데 순이익은 1조원이 안 된다”면서 “LG엔솔이 지수에 포함되면 한국 증시 PER(주가수익비율)가 크게 높아지고 유가 상승, 마진 감소 등을 고려하면 한국 증시가 앞으로 5~6회 있을 미국의 금리 인상을 견딜 만큼 싸다고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7일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와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13개월 만에 27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위로 뛰었다./연합뉴스

주식 투자 경험이 10년 이상이면서 시장의 굴곡을 거쳐온 고수들은 코로나발 증시 상승장에서 대출을 많이 받아 주식 시장에 뛰어든 2030 청춘 개미들을 걱정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반대매매(대출 받아 주식 매수 후 주가가 급락해 주식이 강제 처분 되는 것) 금액은 289억원으로, 작년 말 79억원과 비교하면 266% 늘었다. 27일에도 주가가 급락했기 때문에 다음 날인 28일 반대매매 물량도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운용사 임원 A씨는 “최근 2년 동안 과감하게 주식에 베팅했던 동학개미들은 이제 다들 물려 있어서 더 이상 매수 여력이 없다”면서 “주식이나 코인이나 고점 대비 반토막난 상황이기 때문에 공포감이 굉장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빚과 그림자만 남은 어둠의 시대가 시작되었는데, 앞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만큼이나 2030 신불자 수가 늘어나진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