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해외에서 배송된 수화물./뉴스1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한국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적 영업을 펼치는 가운데 국내 수출입 물류 업계가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중국발(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수출’의 기지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은 내수 소비가 죽자 재고를 헐값에 해외로 밀어내는 디플레이션 수출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이 ‘밀어내기’ 물량이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 유럽 등 외국으로 나가면서 인천공항이 중국 물류의 주요 ‘거점’ 역할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바다를 통해 한국으로 들어와 인천공항을 통해 제3국으로 배송된 ‘해상·항공 복합운송화물’은 총 9만8560t으로 1년만에 43.1% 증가했다. 화물 출발지의 99.6%는 중국이었다. 전문가들은 증가분의 대부분이 중국 이커머스의 디플레이션 수출 물량이라고 보고 있다.

인천공항이 중국의 물류 거점이 된 이유는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주요 출발 도시인 중국 위해(威海)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해외 직구 물류 거점으로, 중국 이커머스 화물의 상당량이 이 지역 물류센터에 집하된 뒤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위해 지역 인근에는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화물공항이 딱히 없고, 중국 내 공항까지 육로로 운송하는 것보다 위해-인천 해상 운송이 더 빠르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인천공항으로 물량을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위해에서 출발한 화물은 인천·평택·군산 등 서해안 항구를 거쳐 국내로 들어오고, 이후 인천공항에서 해외로 항공 운송된다. 주요 목적지는 북미(47%)와 유럽(31%)이다.

인천공항이 작년 국내에서 해외로 보낸 항공 물량은 약 70만t이었다. 이 중 중국발 물량이 14% 정도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이 중국 디플레이션 수출의 기지가 된 것”이라며 “중국 이커머스가 전 세계 시장을 향해 물동량을 늘려나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중국 이커머스가 뜻하지 않게 우리 물류업계에는 ‘큰손’이 된 셈이기도 하다.

항공사들도 중국 물량을 흡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공항에서 중국 화물을 처리하면 화물 매출 실적이 크게 향상될 수 있기 때문에 취항을 검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항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매출이 우리나라의 해외 항공 물량까지 좌지우지한다는 점이 어찌보면 놀랍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