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체 ‘티몬’은 이달 ‘베리밸류’라는 첫 자체 브랜드(PB)를 내놓았다. 첫 번째 상품으로 커피 캡슐을 내놓았는데 국내 커피 캡슐 점유율 1위 업체인 네스프레소(공식 홈페이지 오리지널 베스트셀러 셀렉션 기준) 가격의 절반이 안 되는 1개당 330원꼴로 가격을 낮췄다. 티몬은 “캡슐 커피는 고객이 검색으로 가격을 비교한 뒤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이 60% 수준으로 다른 제품에 비해 높았다”며 “PB 상품 후발 주자인 만큼 ‘가격’만 싸면 판매 업체가 어디든 상관 없이 구입하는 품목인 커피 캡슐을 첫 상품으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업체가 주도하던 국내 PB 시장에 이커머스 업체들이 뛰어들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대형 마트가 주요 유통 업체로 자리 잡으며 처음 등장한 PB 상품은 브랜드 주도권이 제조 업체에서 유통 업체로 넘어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휴지·물티슈 같은 생필품부터 가전제품 등까지 확장한 오프라인 업체 주도 PB 시장이 커지자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PB 경쟁에 참전하기 시작했다. 쇼핑 시장 주도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가면서 세밀한 온라인 가격 검색에 힘입어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는 ‘2차 PB 대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래픽=김현국

◇이커머스까지 참전한 2차 PB 대전

PB는 농심이나 오뚜기 같은 제조사가 내놓는 브랜드(NB·National Brand)가 아닌 유통 업체가 기획해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PB·Private Brand)로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상품을 뜻한다. 제조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유통 업체 PB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이커머스 업체인 11번가는 올해 6월 PB 브랜드 ‘올스탠다드’로 냉동 간편식을 처음 내놓았다. 처음 냉동 간편식6종으로 시작했지만 출시 3개월 만에 매출 1억원을 넘으면서 반년 만인 현재 냉동·냉장 가정 간편식 50여 종으로 늘렸다. 인터파크쇼핑 역시 지난 7월 중순 첫 번째 PB인 ‘아이팝’을 내놓고 생수와 탄산수, 쌀 등 필수 소비재인 먹을거리 중심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티몬은 두 번째 상품으로, 올해 가격이 치솟아 사재기 열풍이 불었던 소금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곰곰·탐사 같은 이름으로 식품·생활용품 PB를 운영해 온 쿠팡은 국내 200여 중소 업체를 통해 29종의 PB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패션 등 분야에서 PB를 늘리고 있다.

기존 PB 시장을 주도해왔던 대형 마트·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마트는 지난 6월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국내 최초 PB 브랜드인 ‘이플러스’를 26년 만에 부활시켰었고, 남양유업 등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는 제조 업체를 PB인 노브랜드 제조사로 참여시키기도 한다. 올해에만 채식·제로 칼로리·해외 식품 등 100여 개 신상품을 노브랜드로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작년 말 가정 간편식 PB ‘요리하다’를 개편하고, 올해 3월에는 기존 PB 4종을 ‘오늘좋은’이라 브랜드로 통합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

◇소비 불황까지 겹쳐 더 치열해진 경쟁

내년 PB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금리로 2022년 하반기부터 실질소득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성비 소비’가 전 계층에서 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이 ‘PB’ 상품을 내세우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이유다.

메리츠증권 김정욱 연구원은 “올해 2분기 전체 가계소득이 역신장하며 가계 흑자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필수 소비재인 식품·뷰티 소비는 증가하지만 의류 소비는 감소하는 불황형 소비 트렌드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제조 원가 상승 부담을 중소 제조 업체로 전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통 업계에서는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야 하는 만큼 원가 상승률을 반영하기 어렵고, 판로 확보가 어려운 중소 업체들이 이를 떠안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