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한때 ‘한국 전자 산업의 메카’라던 서울 용산구 용산전자상가는 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지만, 상당수 점포가 문을 내려 영업을 끝냈고, 임차인을 찾지 못해 빈 곳도 많았다. /사진=고운호 기자

서울의 핵심 상권들은 뒤늦게 재개발로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지만, 앞서 도심 재생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중단되면서 경쟁력을 잃고 높은 공실률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서울 용산전자상가 중 하나인 원효상가는 2층이 통째로 비어 있다. 인근 나진상가의 공실률도 69%까지 치솟아, 낮에도 손님 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용산전자상가는 한때 컴퓨터·휴대전화 같은 전자산업의 메카로 불렸다. 온라인 쇼핑의 발달과 시설 노후화로 상권이 쇠퇴하자, 박원순 전 시장은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시가지형 재생지역’으로 선정했다. 현재의 건물을 활용해 복합 문화 교류 공간과 창업 공간 등을 만들고,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낡은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는 애초부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곳 한 상인은 “빈 매장이 넘쳐나는데, 임대료를 올리지 않기로 하는 ‘상생 협약’이나 맺고 있으니 해결책이 보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최근에야 용산전자상가를 인근 용산정비창에 조성하는 국제업무지구와 연계해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재개발 과정에서 신축되는 건물 공간의 30% 이상은 정보·통신·방송 및 IT 분야의 신(新)산업 용도로 쓰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래픽=백형선

서울 광진구 강변역 테크노마트도 변화의 기회를 놓치며 어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들어선 강변 테크노마트는 본래 전자·전기 전문 매장 2500여 개와 100여 개의 소프트웨어 중소기업체가 입주한 전자복합유통센터였다. ‘문화 공간과 할인점을 곁들인 원스톱 전자 쇼핑 단지’로도 불렸다. 하지만 점차 유동 인구가 줄고 바로 옆 동서울터미널까지 노후화하자, 서울시는 2009년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통해 이 일대 재개발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업이 추진되던 중 2013년 서울시는 상권 활성화를 위한 개발을 하는 대신, ‘미래유산’으로 지정해 재건축을 하기 힘들도록 묶어 놓는 방식을 택했다. 이곳을 ‘국내 최초 벤처기업 집적 시설’이란 이유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한 것이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지금은 임대료 0원에 관리비만 부담하라고 해도 점포 임대가 안된다”며 “지난 10년 동안 상인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서울시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