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명동 4성급 비즈니스호텔 ‘소테츠호텔즈 더 스프라지르 서울 명동’. 지하 1층에 있는 한 레스토랑 입구엔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런치 뷔페 1만4500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곳 점심엔 샐러드, 김밥, 닭갈비와 스파게티, 우동, 과일, 커피와 간단한 케이크도 포함돼 있다. 은행원 황모(32)씨는 “인근 식당 음식값이 너무 올라 어딜 가도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 2만원은 우습게 사라지는데, 1만원대 뷔페로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요즘 서울 시내 식당에서 4인 가족이 삼겹살을 먹으면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직장인이나 친구 모임을 하더라도 식사비뿐만 아니라 자리를 옮겨 커피 한잔하기도 부담되는 고물가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서울의 비즈니스급 호텔들이 가성비를 앞세운 호텔 뷔페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분위기에 1만~2만원대 가격으로 전채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한 번에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1만~2만원대 뷔페 내놓는 호텔들

서울 명동과 종로, 을지로 일대에서만 소위 ‘가성비 뷔페’를 내놓은 비즈니스 호텔은 10여 곳이다. 주로 1만~2만원대에 브런치 혹은 점심 뷔페를 제공한다. 서울 남대문에 있는 호텔그레이스리 서울은 점심 평일 뷔페를 11시부터 1만6500원에 운영하고 있다. 김치찜, 돈코츠라멘, 오징어덮밥, 비프카레 같은 메인 요리가 그날그날 달라진다.

2만원대 서울 시내 호텔 뷔페도 점심때면 인근 직장인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 찬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크라운파크호텔 더 파크다이닝(2만원),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 뚜르드고메(2만9000원) 같은 곳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3800개의 브랜드 검색 데이터를 조사하는 ‘아하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1~4월 ‘뷔페’ 관련 키워드 검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가량 증가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 방역이 끝나 외부 활동이 많아졌지만, 소비 심리 위축 탓에 큰돈을 쓰길 꺼린다”며 “이런 손님을 겨냥해 가성비 뷔페를 앞다퉈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전했던 뷔페식당도 ‘기지개’

한때 부진에 빠졌던 패밀리 뷔페 레스토랑도 중저가 뷔페식당이 주목받으며 다시 매출이 늘고 있다. 이랜드 애슐리는 2018년 103개였던 매장을 2021년 59개까지 줄여야 할 정도로 코로나 기간 고전했다. 하지만 전국 매장당 월평균 매출은 2019년 2억1000만원에서 올 1분기 3억300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는 매장을 80호점까지 다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CJ푸드빌도 계절밥상·빕스 같은 뷔페 형태, 혹은 샐러드바를 끼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이 코로나 기간 고전을 거듭했다. 계절밥상은 2022년 4월 매장을 모두 철수했고, 2020년 34개였던 빕스 매장도 2021년 27개로 줄었다.

빕스를 포함한 CJ 푸드빌 매출은 2019년 8903억원에서 2021년 6088억원으로 떨어졌다가 작년 7599억원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매장 수는 줄었지만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고 프리미엄 요소를 강화해 점포당 매출을 늘리는 전략을 쓴 것도 주효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제주점과 부산W스퀘어점, 송도점의 경우 리뉴얼하기 한 달 전과 이후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매출을 비교해보니 각각 196%, 101%, 72% 늘어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