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8년 만에 석촌호수에 다시 등장한 대형 고무오리 ‘러버덕’ 덕분이다. 러버덕은 어린 시절 욕조에서 한 번쯤 가지고 놀았을 법한 노란색의 친숙한 고무 오리다. 2014년 석촌호수에 처음 등장해 한 달 동안 관람객 500만명을 모았다.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송파구청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1일까지 ‘러버덕 프로젝트 서울 2022′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도 행사 시작 사흘 만에 71만명의 방문객이 몰렸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유통 업계가 소비자 발길을 잡을 수 있는 대형 조형물을 랜드마크처럼 설치하는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캐릭터를 주로 활용한 조형물은 설치·운영에 수억원 넘는 비용이 들지만, 단순히 ‘포토존’으로 인기를 끄는데 그치지 않고 주변 상권의 소비 진작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대형 조형물 경쟁

◇하루 4000만원짜리 오리, 효과는 ‘그 이상’

네덜란드 작가 플로렌타인 호프만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러버덕을 2014년 국내에 처음 들여온 롯데의 시도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러버덕은 2014년 잠실 제2롯데월드 타워 오픈 때 석촌호수에 전시돼 한 달간 약 500만명이 방문했다. 이번에 새로 설치한 러버덕은 높이 18m, 가로 19m, 세로 23m로 2014년보다 약 1.5m 커졌다.

대형 오리를 호수에 띄우는 비용은 만만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러버덕 설치·전시에는 약 14억원이 든다고 한다. 하루 4000만원꼴이다. 작가의 로열티만 약 3억~4억원에 달하지만, 롯데와 송파구청은 그 이상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와 송파구청에 따르면, 2014년 러버덕 행사와 이후 비슷한 유형의 대형 조형물 설치 행사가 열렸을 때 석촌호수 인근의 ‘송리단길(송파+경리단길)’ 상권 매출이 평소보다 15~20% 증가했다. 이 때문에 주변 상인들도 대형 조형물 설치 이벤트를 반긴다고 한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8년 전보다 더 많은 시민이 러버덕을 보기 위해 석촌호수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파구청은 러버덕 행사를 통해 석촌호수의 수질 개선도 알릴 예정이다. 송파구와 롯데물산은 함께 석촌호수 수질 정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지난 8월에는 석촌호수 수영 대회를 포함한 철인 3종 경기도 열었다. 지난달 29일 러버덕 행사에 참여한 호프만 작가도 “8년 전보다 물이 더 깨끗해져 이번 전시가 더 인상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커질수록 돈 끌어모으는 조형물

올해 코로나 리오프닝과 맞물려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방법의 하나로, 대형 캐릭터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서울은 지난 7월 5층 3300㎡(1000평) 규모 공간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동도서 ‘월리를 찾아’를 테마로 꾸몄다. 중앙에 13m 높이 대형 ‘월리’를 설치하고 곳곳에 월리 캐릭터 조형물 100여 개를 설치했다. 이틀 만에 고객 30만명이 몰렸다.

신세계백화점도 지난달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1주년을 맞아 옥상정원에 17m 크기의 신세계 대표 캐릭터인 ‘푸빌라’를 설치했다. 지난 4월 롯데월드타워 광장에 설치된 15m 초대형 분홍곰인 ‘벨리곰’ 전시에는 24일간 약 325만명이 다녀갔다. 벨리곰은 지난달 미국 맨해튼 관광지에도 전시됐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형물은 오프라인 고객을 유인하는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도 긍정적”이라며 “실외 마스크가 해제되고 야외 활동이 늘었기 때문에 비슷한 마케팅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